통상임금과 관련 상여금 인정범위를 놓고 현대자동차 노조가 제기했던 소송이 사실상 회사측의 승리로 끝났다.
법원은 상여금의 경우 근무일수 충족이라는 조건을 성취해야 하는 만큼 고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따라 소송을 제기했던 23명중 2명에 대해서만 상여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현재 통상임금 범위를 놓고 분쟁중인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상여금 고정성 여부를 놓고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 통상임금 진통 '여전'
과거 지급된 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를 떠나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재계의 고민거리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통상임금 범위를 놓고 노사간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매출 300대 기업중 통상임금 범위 조정에 합의한 기업은 44%에 불과했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이번 현대자동차 경우처럼 과거에 지급된 상여금 문제까지 얽힐 경우 시름은 더 커진다. 현대차의 경우 만일 이번 판결에서 패소했을 경우 수조원의 추가 지급은 물론 향후 인건비 급증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자동차 업종과 함께 최근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통상임금 범위확대가 포함됐던 현대중공업의 임금 협상안은 최근 부결됐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매년 지급되던 생산성목표인센티브를 사실상 고정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24년만에 파업위기에 몰렸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상여금 800%를 모두 통상임금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회사측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전자나 이동통신 업계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통상임금을 상여금에 반영하는 내용으로 노사간 합의에 도달했다. SK텔레콤 역시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
다만 SK하이닉스반도체는 노조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전망이다.
◇ 분쟁 사라질까
재계에서는 이번 현대차 소송 판결에 따라 과거에 지급된 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여부를 둘러싼 혼란이 잦아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과거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를 놓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등 노사간 분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현대차 판결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시한 ‘고정성’요건에 따라 명확히 판단한 것"이라며 "최근 일부 하급심의 일관성 없는 판결로 야기될 수 있는 소송확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이어 "다만, 극히 일부 근로자들의 상여금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함에 따라 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이 야기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사 양측 모두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하는 사례들이 빈번해 당분간 과거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도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