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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허브 코리아]下 끝은 미미(?)

  • 2015.11.30(월) 17:30

저유가 여파로 사업성 우려.. 보팍 참여 철회
신규 투자자 찾지 못하면 사업 지연 불가피

정부가 ‘울산 오일허브 추진전략’을 공개한 지 20개월이 지났다. 동북아 에너지 중심국가로의 위상 확보와 세계적 수준의 사업 환경을 갖춘 통상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프로젝트 돌입을 목전에 둔 지금도 여전히 울산 오일허브를 이끌 기업의 주주구성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오일허브 프로젝트의 의미와 진행 과정,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야심차게 시작된 울산 오일허브 프로젝트지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암초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북항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기 위해 추진주체인 코리아오일터미널에 참여했던 보팍(Vopak)이 중간에 포기했고, 새로운 기업들을 유치했지만 여전히 주주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저유가 시대에 진입하면서 석유거래사업의 사업성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또 오일허브를 제대로 가동하기 위한 법 개정 등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이런 이유로 애초 정부의 구상대로 오일허브 프로젝트가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 저유가 여파로 사업성 흔들

 

석유저장 및 거래사업에서 수요를 추정하는 것은 사업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터미널 건설과 대규모 장치가 필요한 만큼 사업을 준비하려면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까닭이다. 실제 울산 북항사업 건설을 위해선 622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지난해 4월 실시한 동북아 오일허브 추진전략 연구 용역 결과, 2020년까지 우리나라가 오일허브 조성으로 유치 가능한 물량은 2억7000만 배럴 규모다. 이를 위해선 3060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동북아 오일허브 석유 수요 재추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울산과기대 국제에너지트레이딩연구센터는 셰일혁명과 파나마 운하 확장 이후 국제 물류체계 변화, 러시아 ESPO(동시베리아 송유관) 파이프라인 준공에 따른 동북아 석유수급 변화, 유가폭락 등으로 인해 석유시장이 급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북아 오일허브 석유 수요 재추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북항 운영 사업을 위해 설립된 코리아오일터미널에 참여했던 보팍은 저유가로 인해 석유저장사업 수익성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 투자를 취소했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석유 저장업체가 울산 오일허브 프로젝트에서 빠진 것은 사업의 수익성이 애초 기대보다 낮아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보팍은 세계 1위의 석유·화학제품 탱크터미널 기업으로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1개국에 85개 터미널(1억8800만 배럴 규모)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싱가포르 등 세계 3대 오일허브의 주요 투자자다.

 

이와 함께 미국과 러시아의 LNG 수출드라이브 정책과 싱가포르 LNG 허브 추진계획 등으로 LNG 시장 급변 가능성이 커진만큼 석유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석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송에 어려움을 겪었던 LNG 거래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석유거래 시장을 잠식하게 되면 정부가 기대했던 만큼의 석유거래를 통한 수익을 얻기가 어려워진다. 에 대비하려면 석유관련 파생상품 개발 등 전략적 석유상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센터의 주장이다.

 

국제석유거래업 신설도 지연되고 있다. 국제석유거래업은 정부가 지정한 보세구역 내에서 정유사를 비롯한 석유수출입업 등록을 받은 사업자가 블렌딩 작업을 통해 수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업종이다. 블렌딩을 해야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오일허브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성 자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제석유거래업종 신설도 지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블렌딩은 가짜석유 문제 등으로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시간이 걸린다”며 “현재 법안심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보팍 탈퇴로 어그러진 주주구성

 

애초 코리아오일터미널은 한국석유공사(51%)와 보팍(38%), 에쓰오일(11%) 등으로 주주를 구성해 출범할 예정이었다. 코리아오일터미널은 울산 북항 터미널의 석유저장 및 트레이딩 사업을 총괄하는 법인(전체 투자금의 70%는 회사채 혹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나머지 30%는 참여사들이 현금 출자 예정)이다. 

 

현재 여수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여수오일허브코리아와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보팍이 참여를 포기하면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보팍이 갖고 있던 지분은 일단 석유공사와 에쓰오일이 인수했다.

 

이후 석유공사는 울산항만공사와 한화토탈, 대우인터내셔널, 중국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의 자회사 시노마트 등과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하며 주주 구성을 새롭게 했다.

 

문제는 새로 참여한 기업들을 포함한 주주사들로는 100% 주주 구성이 어렵다는 점이다. 새로 들어온 기업들의 참여 지분이 많지 않고, 추가로 지분을 인수하는 것도 원치 않아서다. 주주 구성을 완료하기 위해선 남아있는 약 25%의 지분을 인수할 신규 투자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코리아오일터미널의 출범 지연은 물론 내년 상반기에 시작될 예정인 상부탱크터미널 공사 계약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초 대우건설이 이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발주처의 주주 구성 지연으로 본 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은 상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존 기업들은 참여 당시 가져가기로 했던 지분 만을 확보하기로 결정, 새로운 기업에게 남은 지분에 대한 투자를 의뢰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해당 기업이 참여를 결정하면 주주 구성을 완료해 공식 출범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또 다른 투자자를 찾아야하는 만큼 출범이 지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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