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뿌리’인 LG, LS 구(具)씨가 더불어 GS 허(許)씨 일가는 다손(多孫) 집안으로 유명하다. GS는 현재 경영실권을 쥐고 있는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수(秀)’자 항렬의 3세에 이어 어느덧 ‘홍(烘)’자 돌림의 4세 경영시대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고(故) 허만정 창업주와 아들, 손자, 증손자로 대(代)를 잇는 가문의 역사는 그만큼 몫을 챙겨줘야 할 후손들이 숫적으로 불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열사 일감을 기반으로 ‘부(富)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는 계열사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은 G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재 GS는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 30%, 비상장 20% 이상인 계열사 가운데 계열 매출 금액이 200억원이 넘거나 비중이 12%를 넘는 곳이 8곳이나 된다. 기준을 현행 상장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하면 GS건설이 새롭게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며 9개사로 확대된다.
이는 10대그룹 전체(26개사)의 3분의 1이 넘는 수치다. 새 정부 들어 일감몰아주기 등을 타깃으로 한 대기업 내부거래 조사가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규제 대상이 압도적으로 많은 GS가 취할 행보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 오너 일가 팍팍 밀어준 GS건설
국내 시공능력 3위 건설사 GS건설은 허창수 회장(10.9%)을 비롯해 총수 일가의 소유지분이 27.9%에 이른다. GS건설은 작년 전체 매출(별도 9조9900억원)의 6.1%를 국내 계열사들로부터 올렸다. 금액으로는 6100억원이다. 해외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6640억원이다.
한마디로 주거니 받거니다. 허창수 회장의 바로 아랫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은 이 GS건설 덕에 노났다.
허정수 회장은 GS네오텍 지분 100%를 소유 중이다. 1974년 7월 설립된 금성통신공사가 전신으로, LG기공을 거쳐 2004년 LG그룹과의 계열 분리로 GS그룹이 출범하면서 현재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단 업체다. 전기통신공사업체로서 플랜트, 에너지, 가전, 정보통신, IT 분야에서 시스템 구축 및 설비 사업을 하고 있다.
GS네오텍은 GS 계열 특히, GS건설을 영업기반으로 폭풍성장해 왔다. 가령 2001년 1410억원이던 매출이 2012년 6047억원으로 성장할 당시 GS 계열 매출이 64.9%에 달하고, 이 중 GS건설만 52.2%를 차지했을 정도다.
여기에 2014년 LG전자 평택 TV공장 신축 설비공사(계약금액 192억원) 등 한 때 계열 관계였던 LG그룹도 끊임없이 공사물량을 대주고 있다. 돈을 쓸어 담을 수 밖에 없는 사업구조다.
곳간이 풍성해지가 이제서야 의존도를 낮추는 추세다. 하지만 지금도 계열 거래는 변함없다. 2016년 계열 매출은 282억원(전체 매출 비중 6.6%)이다. 이 중 GS건설은 227억원(5.3%)다. 해외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435억원(10.1%)이다.
GS건설 등을 배경삼아 허정수 회장의 재산을 불려온 GS네오텍은 지금껏 존재 목적에 가장 충실한 계열사라고 할 수 있다. 배당금만 하더라도 2001년 이후 15년간 단 한 해(2015년)만을 제외하고 배당금을 풀었고, 허 회장이 챙긴 배당금은 658억원에 달한다.
◇ SI 업체에 몰려든 ‘홍’자 돌림 4세
반면 시스템통합(SI) 업체 GS아이티엠은 GS가(家) 4세들의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2006년 4월 설립된 아이티멕스에스와이아이가 전신(前身)이다. 2개월뒤 그룹에 편입된 GS아이티엠은 아이티멕스, 코스모아이넷 영업양수를 통해 관련 기술과 영업조직을 확보, 본격적인 IT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주들의 면면이 이채롭다. 우선 ‘홍’자 돌림인 GS그룹 허씨 일가의 4세 일색(一色)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 허윤홍 GS건설 전무(8.7%),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 허치홍 GS글로벌 과장(2.5%) 등 GS가 3세들의 아들 14명이 총 72.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 또 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의 딸 4명이 8.6%를 가지고 있다. GS아이티엠 총수 일가 지분 80.6%가 모두 4세들 몫이다.
GS아이티엠은 만들어진지 11년밖에 안됐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든든한 계열사 일감을 바탕으로 장사를 하는 게 성장 배경이다.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흐름이다. 게다가 계열 매출 비중은 되레 증가하고 있다.
GS아이티엠의 지난해 매출(별도기준)은 1730억원. 이 중 계열 매출(1360억원)은 78.8%에 달한다. 이같은 내부거래는 금액으로나 비중으로나 2012~2016년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2016년 일감을 준 국내 계열사만 하더라도 GS리테일(618억원), GS칼텍스(332억원), GS홈쇼핑(145억원) 등 32개사에 달한다.
GS아이티엠은 설립 첫 해부터 영업흑자를 냈고 매년 예외없이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벌이도 좋아 2012~2016년 한 해 평균 8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에는 98억원으로까지 증가했다.
이를 기반으로 GS아이티엠은 알찬 배당금을 오너 일가 4세들에게 안겨주고 있다. GS아이티엠은 설립된지 3년만인 2008년부터 단 한번도 배당을 거른 적이 없다. 배당금도 최근 5년간은 순이익의 30~50%인 20억원가량을 매년 배당으로 쐈다.
옥산유통도 흥미롭다. 미국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로부터 독점으로 담배를 수입해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 등에 납품하는 회사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20.1%), 허세홍 GS글로벌 사장(7.1%) 등 GS 오너 일가 3, 4세가 지분 46.2%를 소유 중이다. 2016년 매출(1910억원) 중 615억원(32.3%)이 GS리테일을 통한 매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