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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아픈 손가락

  • 2018.02.12(월) 16:03

<어닝 2017> 5대그룹 리그테이블①
삼성전자, 50조 영업이익 시대 개막
계열사 실적호전 속 중공업만 뒷걸음

삼성전자가 연간 5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라는 꿈을 실현할 때 삼성중공업은 3년 연속 적자라는 악몽에 시달렸다. 삼성전기·삼성SDI 등 주요 전자계열사들의 반전 스토리도 중후장대형 계열사, 특히 삼성중공업에 이르러서는 빛이 바랬다.

작년 들어 9개월간 매분기 2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하며 바닥 탈출의 신호를 보내오던 삼성중공업은 4분기에만 한꺼번에 6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며 털퍼덕 주저앉았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중 적자를 낸 곳은 삼성중공업이 유일했다.

 


◇영업익 50조 시대, 활짝 열었다

 

12일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 등 지난해 영업실적을 발표한 삼성 주요 계열사 9개사의 영업이익은 총 55조4332억원으로 전년대비 91% 증가했다.

1등 공신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3조64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9개사 전체 영업이익의 97%를 삼성전자가 홀로 담당했다.

반도체 부문이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게 큰 힘이 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35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47%에 달했다. 1000원어치를 팔면 그 절반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전자는 24년간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인텔을 밀어내며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통틀어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꿰찼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74조2600억원으로 69조1000억원(628억달러)를 기록한 인텔을 여유있게 제쳤다. 삼성이 반도체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1983년부터 따지면 무려 34년만에 이뤄낸 성과다.

 


◇보조 맞추는 전자 계열사들

 

2016년 '갤럭시 노트7' 발화사태의 불똥이 튀며 실적이 급전직하했던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다른 전자계열사들도 어깨를 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의 수요증가로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SDI도 1000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 2014년 이후 3년만에 적자탈출에 성공했다.

삼성SDS는 한결같이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7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도에 이어 역대 최대기록을 갈아치웠다. 주력인 IT서비스의 안정적인 성장에다 신성장 사업인 물류 BPO(업무프로세스)가 실적개선에 힘이 됐다.

건설·중공업 계열사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맏형 격인 삼성물산은 허리띠 졸라매기 끝에 88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은 400억원대에 그쳤지만 2년 전 중동 사업에서의 손실 등으로 1조4500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에 견주면 최악의 시기는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홀로 적자'…삼성重 수천억 손실

 

문제는 삼성중공업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던 삼성중공업은 4분기에 5959억원의 영업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며 흑자 전환 기대를 무참히 꺾어놨다.

수주 절벽으로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수주한 공사에서 예상되는 손실 충당금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재무상태가 나빠지자 삼성중공업은 1조56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2016년말 1조1400억원의 유상증자에 이어 1년여만에 다시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것이다. 이 영향으로 1만2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삼성중공업 주가는 한때 7000원 밑으로 급락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16.9%를 보유한 삼성전자다. 삼성생명과 삼성전기도 2~3%씩 삼성중공업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어려워지면 다른 계열사들도 고통을 나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 계열사의 아픈 손가락인 삼성중공업은 올해도 24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뒤 내년에야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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