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내수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뗀 건 2014년이다. 통신과 에너지 등 내수업종이 사업의 주축이다보니 지금도 'SK=내수기업'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2014년 처음으로 수출비중이 50%를 넘었고 지난해는 매출의 54.2%를 해외에서 벌었다.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해 쓰는 SK이노베이션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다. 원유를 수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정제해 경유와 휘발유 등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해외에 팔고, 정제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에서도 화학제품의 기초소재를 뽑아내 수출한다.
SK그룹이 수출기업으로 변신할 때 큰 힘이 된 존재로 SK하이닉스를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하이닉스를 한식구로 맞아들인 이후 SK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은 9조5000억원(2012년)에서 30조3000억원(2017년)으로 뛰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수출기업이라는 타이틀만 달아준 게 아니었다. 그룹의 이익창출력을 획기적으로 높여놨다.
지난해 실적만 보더라도 SK하이닉스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14일 비즈니스워치가 집계한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SK그룹 주요 7개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총 18조9806억원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담당한 몫이 72.3%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도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SK하이닉스에는 못미쳤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3조7213억원으로 전년대비 318.7% 늘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3조2343억원으로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윤활유·석유개발 등 비정유사업의 선전에 힘입어 종전 최대기록(2016년 영업이익 3조2283억원)를 갈아치우는 성과를 냈음에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SK하이닉스를 따라가기는 역부족이었다.
SK하이닉스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쓰는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최근에는 4세대 3차원 낸드플래시 기반의 기업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저장장치의 일종)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1조5357억원으로 전년대비 0.1% 증가했다. 2013년 2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것에 비춰보면 눈에 차지 않는 성적표이지만 3년간 이어지던 이익 감소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매출액도 17조5200억원으로 3년만에 반등했다.
SK그룹의 중소사업군 중에선 SKC가 선전했다. 주력 사업인 화학부문이 실적 개선을 주도하면서 영업이익이 1757억원으로 전년대비 17.7% 늘었다.
반면 SK네트웍스의 영업이익은 1408억원으로 9.5% 줄었다. 사업 구조재편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유류도매사업과 LPG가스충전소를 매각하는 대신 렌털과 모빌리티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