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딱 ‘1촌(村)’ 이면 충분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는 데 말이다. 이제는 사위 기업이 된 어느 SK 계열사 얘기다. 탈출에 성공해 큰 관심을 받지 않는 사이 변신도 이채롭다. 양과 질을 모두 챙기고 있다. 이 페이스라면, 정말 어지간해서는 실적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을 것 같다.
사위 집안으로 가자 두 줄 ‘쫙쫙!’
SK 소속 에이앤티에스(AnTS)는 원래 SK 오너 일가 최신원(66) SK네트웍스 회장 개인 소유였다. 2015년 7월에 20억원을 받고 맏사위 구데니스(한국명 구본철·44) 현 에이앤티에스 대표와 구 대표의 숙부 구자겸(59) NVH코리아 회장에게 50%씩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당시 딜을 통해 에이앤티에스는 흔히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통칭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리스트에서 두 줄이 ‘쫙쫙’ 그어졌다.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5년 2월 본격 시행된 지 5개월쯤 지난 시점이다.
에이앤티에스가 명단에 올랐던 것은 주력 사업 분야에서 비롯된다. 국내 1위 통신사 SK텔레콤이 통신 네트워크 장비업체 SK텔레시스에 무선통신 중계기 공급을 맡기고, SK텔레시스가 다시 에이앤티에스에 아웃소싱을 주는 구조였다. 한마디로 하청, 재하청 구조다.
2004년 8월 에이앤티에스가 설립된 이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업방식이다. 2009년부터 최신원 회장이 지분을 넘기기 전(前) 2014년까지 SK텔레시스에 대한 매출 비중을 보면 낮게는 59.4%, 높게는 95.7%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541억~900억원에 이른다.
안정적인 사업기반은 재무실적 수치로 나타난다. 2006~2014년 9년간 영업적자를 낸 적이 5억원 남짓 2010년 단 한 번뿐이다. 영업이익률 11.7%(2006년)로 64억원의 영업흑자를 낸 적도 있고 한 해 평균 영업이익은 32억원이나 됐다.
당초 타인명의였다가 2010년 실소유주로 전환한 이후로만 따져도 5년여간 유일(唯一) 주주로 있던 이가 최신원 회장이다. 또 SKC 대표이사 회장(2000년 1월~2015년 5월)으로 있던 때로, SK텔레시스는 2001년 1월 SKC에 편입된 자회사다.
이러니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말들이 많았고 실제 규제 대상에 들었다. 총수일가 지분이 20%(상장 30%)가 넘는 계열사가 다른 계열과 매출 200억원 이상이나 3년 평균 12% 이상 매출을 올릴 경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이랬던 곳이 딱 1촌 차이로 사정권을 벗어났다. 사익편취 규제가 대기업 동일인(총수)을 기준으로 본인과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의 지분을 범위로 하기 때문이다. SK의 총수는 최태원 SK 회장이다. 최신원 회장과는 사촌간이다. 따라서 구 대표는 최태원 회장 기준으로 인척 5촌에 해당한다.
다만 최신원 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에이앤티에스는 계열 분리를 위한 지분율 요건(30% 미만) 등을 충족하기는 했지만 지배력 기준은 충족하지 못해 현재 SK 계열로 묶여 있는 상태다.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
전(前)에 알던 곳이 아니다!
이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된 에이앤티에스의 변화도 이채롭다. 2015년 554억원에 머물던 매출이 2016년 69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802억원으로 2년 연속 성장 추세다. 2015년 6억원 남짓 적자였던 영업이익도 이듬해 19억원 흑자로 반전한 뒤 2017년에는 34억원으로 확대됐다.
재무건전성도 좋아졌다. 작년 말 13억원가량의 이익잉여금이 쌓여있는 상태다. 차입금도 166억원에서 85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부채비율도 2490%에서 1080%으로 낮아졌다.
특이한 것은 이 기간 SK 계열과의 내부거래 규모는 많아지고 질적으로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2015년 524억원(전체 매출 비중 94.7%)이었던 계열매출은 2016년 618억원(89.6%), 2017년 674억원(84.0%)로 2년연속 확대됐다.
여기에 이전까지는 SK 내부거래는 사실상 SK텔레시스의 중계기 납품이 전부였지만 2016년 이후 SK브로드밴드와 SKC인프라서비스 등으로 매출처가 다변화됐다. 2017년을 보면, SK텔레시스(580억원) 외에도 SKC인프라서비스(60억원), SK브로드밴드(33억원)와도 적잖은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15년 SK텔레시스의 사업재편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SKC인프라서비스는 2015년 6월 SK텔레시스가 5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업체다 통신망 운용 및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2개 사업부문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통신망 운용사업이 주된 매출이다.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의 통신망 구축 및 유지보수 수입이 사실상 매출의 전부다. 2017년 매출(1150억원) 중 SK브로드밴드(924억원), SK텔레콤(149억원) 중심의 계열매출이 93.5%에 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SK브로드밴드, SKC인프라서비스로 이어지는 통신망 유지보수 용역사업으로 에이앤티에스가 재미를 보고 있다. 재무제표에서 전체 매출 중 2015년 10억원 남짓하던 용역매출이 2017년 126억원으로 폭증한 이유다.
현재 구데니스 대표는 에이앤티에스 49.97%의 지분을 소유 중이다. 지난해 50% 중 0.03%는 황의석 (유)브롬턴벤처스 대표에게 매각했다. 작년 3월 에이앤티에스 이사회에 합류한 인물이다. 이외 50%는 변동없이 구자겸 회장 소유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SK 계열사 중 사익편취 규제 시행 이후 대상에서 제외된 곳은 에스앤티에스 외에 부동산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업체 SK디앤디(D&D)가 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이자 시스템통합(SI) 사업부문(옛 SK C&C)을 갖고 있는 SK㈜만 유일한 규제 대상이다. 최태원 회장(23.2%)를 비롯해 오너 일가가 30.6%를 소유 중이다.
SK디앤디는 최창원(54)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한 때 지분 70%를 소유해왔다. 최신원 회장의 동생이다. 유상증자 및 우선주 보통주 전환(70%→30.2%)과 2015년 6월 증시 상장(30.2%→25.4%)을 통해 지분율을 규제 기준선인 30%(상장) 밑으로 떨어뜨림으로써 규제에서 벗어났다. 현재는 SK가스(31.0%)에 이어 2대주주로서 24%를 보유 중이다.
게다가 한때 일감몰아주기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지만 지금은 따끔했던 시선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2004년 4월 설립된 SK디앤디는 사실 사업 초기에는 SK건설이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로 SK건설의 신규 주택사업에 가구를 납품하고, 분양대행 및 광고, 모델하우스 건설 등이 주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만 해도 SK건설(468억원)의 매출 비중은 50%를 넘었으니 말 다했다. SK의 다른 계열사까지 합하면 64.0%(597억원)에 달했다.
이랬던 SK디앤디가 자체 분양사업과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독자적으로 전개하면서 완전 딴판이 됐다. 2012년 SK건설 매출비중을 22.5%로 낮추더니 2013년부터는 10%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1.9%(64억원)가 고작이고 다른 계열까지 합해봐야 2.3%(75억원) 밖에 안된다. 에이앤티에스와 비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