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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톡톡]돈 잘버는 삼성전자, '단기차입금 15조'의 정체

  • 2018.11.29(목) 17:55

매출채권 담보로 우리은행 등에서 조달
팩토링으로 현금확보…환율변동위험 차단

국내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회사는 어디일까요? 그렇습니다.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48조원에 달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국내 534개 상장사 총 영업이익의 37%에 해당하는 어마무시한 금액입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돈을 긁어모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빼면 국내 상장사들의 총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옵니다.

 


이런 삼성전자에도 빚이 있다면? 그것도 1년안에 갚아야할 빚이 15조원 가량 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편의상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재무상태표를 보겠습니다. 단기차입금 14조8272억원이 기록돼있습니다. 돈 잘 벌기로 소문난 회사에 빚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까닭은 이렇습니다.

기업이 물건을 팔면 매출이 발생합니다. 어떤 거래처는 현금을 주기도 하지만 외상을 긋고 물건부터 가져가는 곳도 많습니다. 이렇게 외상으로 올린 매출을 매출채권이라고 합니다. 기업의 재산 목록을 나열한 재무상태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분기말 현재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은 33조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외상으로 물건을 팔아도 직원들 인건비는 꼬박꼬박 줘야합니다. 사무실이나 건물 임차료도 내야하고, 공장을 계속 돌리려면 원재료도 들여와야합니다. 결국 돈이 필요한데요. 그래서 기업들은 매출채권을 은행에 넘기고 현금을 미리 받는 거래를 합니다. 이를 '팩토링'이라고 합니다.

삼성전자가 단기차입금을 15조원이나 갖고 있는 것도 팩토링과 관련이 있습니다. 메커니즘은 이렇습니다.

팩토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매각거래와 차입거래입니다. 매출채권을 아예 은행에 파는 걸 '매각거래', 매출채권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받는 걸 '차입거래'라고 합니다.

매각거래는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못받을 경우 매출채권을 산 은행이 위험부담을 떠안지만 차입거래는 그 책임을 기업이 집니다. 대부분의 팩토링은 차입거래로 이뤄집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구요. 단기차입금도 이 과정에서 생깁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거래처에서 생긴 매출채권 1억원을 은행에 넘기고 9500만원을 받았다고 합시다. 500만원은 은행에 선이자로 줬습니다.

삼성전자는 재무상태표에 현금 9500만원(자산), 단기차입금 1억원(부채)을 기록합니다. 선이자 500만원은  손익계산서에 이자비용으로 처리합니다. 나중에 은행이 삼성전자 거래처로부터 1억원을 회수하면 비로소 삼성전자는 매출채권과 단기차입금을 지울 수 있습니다.

 


3분기 재무제표 주석을 보면 삼성전자가 매출채권을 담보로 우리은행 등에서 14조8272억원을 빌린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단기차입금이 100% 이런 팩토링 거래로 발생했다는 얘기입니다. 이자는 꽤 저렴한 모양입니다. 15조원 가량 빌려썼는데 올해 지급한 이자비용(기타 금융부채 이자비용)은 2500억원이 넘지 않았습니다. 이자율로 따지면 2%가 안됩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왜 이런 팩토링 거래를 하는 걸까요? 투자를 많이 해야하는데 회사가 돈이 부족해서? 가장 큰 목적은 환율변동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매출의 87%는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당연히 달러나 유로, 위안화 거래 등이 많을 겁니다.

만약 달러로 받은 10만달러의 매출채권을 그대로 들고 있다고 합시다. 달러당 1000원이던 환율이 900원으로 하락하면 이 매출채권의 금액은 1억원에서 9000만원으로 떨어집니다. 곧 자산이 감소하게 되죠.

삼성전자 입장에선 수출을 많이 할수록, 곧 달러를 잘 벌어들일수록 환율변동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매출채권을 팩토링한다면 어떨까요?

회사에 현금이 들어오면서 단기차입금 10만달러가 생깁니다. 자산에 10만달러 매출채권과 부채에 10만달러 차입금이 동시에 있으니 삼성전자는 환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 아쉬움은 남겠죠. 달러당 1000원이던 환율이 1100원으로 뛰면 가만히 앉아서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 그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삼성전자는 돈으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인 금융기관이 아닙니다. 제품을 잘 만들어 파는 게 목적인 제조업체죠. 가급적 환율변동위험을 피하는 게 좋습니다.

삼성전자의 단기차입금에는 이런 숨겨진 내막이 있습니다. 아마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단기차입금은 계속해서 늘어날 겁니다. 그래도 너무 놀라진 마세요. 여느 기업과 달리 장사가 잘 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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