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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차이나워치]⑥자동차 보릿고개 넘어서라

  • 2019.02.07(목) 09:28

사드 후 中 소비자로부터 외면
생산감소에 한인 경제도 타격
브랜드고급화·전기차 확대 필요

[베이징=노명현 기자]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하잖아요. 지금 중국인들은 한국 차(車)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게 정말 무서운 상황인거죠"

중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현실이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혐한 감정에 의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무관심이란다.

여기에 중국 자동차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선 중국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고, 정부 정책에 적극 화답해야 한다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목소리다. 그래야 그 밑에 딸린 식구들도 살아갈 수 있다.

◇ 택시뿐인 현대차 '고급차가 없다'

지난 달 21일 찾은 중국 베이징 도심.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각양각색의 브랜드를 달고 달리는 차들로 가득했다. 그나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일부 베이징 시민들이 고향을 찾아 이전보다는 도로가 한산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를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세계 최대 자동차 격전지임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세는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2808만대로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때문에 현지 자동차 기업은 물론 합작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 대다수 자동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힘들어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지난해 8월 중국 내 신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22.6% 증가한 13만3000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모두 일본에서 수입하는 렉서스 판매량이 59.2% 성장한 1만8000대를 기록, 월 단위 기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2012∼2013년 중국내 반일감정이 한창이던 시절을 뒤로하고 최근 렉서스의 약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시장 위축에도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고가 모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베이징현대(현대차+북경기차 합작)가 렉서스 등 고가브랜드 사례를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베이징현대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에 비해 뒤늦은 2002년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베이징현대는 초반 점유율 확대를 위해 택시 시장 진출에 주력했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에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 오히려 독이 됐다.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베이징현대는 '중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박혀버린 것이다. 도로 위에 보이는 베이징현대 모델이라고는 택시가 대부분이라는 현실이 아프기만 하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격전지인 중국 베이징. 하지만 도로 위에서 베이징현대 차량은 대부분이 택시 모델이었다. [사진=노명현기자]

중국 현지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길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택시 대부분이 베이징현대 모델인데 돈 있는 중국인들이라면 택시 브랜드를 사지 않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도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앞세워 이미지 쇄신을 꾀했는데 베이징현대는 고급 모델로의 전환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신차 라인업에도 고급 모델은 빠져 있다"며 "고급차 시장에서 뒤처져 있는 만큼 한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보다 중국 내에서 생산‧판매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베이징현대에 달린 협력사 운명

베이징현대의 부진의 고통은 현지 진출 협력사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A 자동차 부품사는 베이징현대 차량 문짝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곳이다. 베이징에 들어온 지 7년째라는 이 회사 중국 법인장은 사드 사태 이후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우리 회사는 중국 기업과의 합작 법인이라 상황이 나은 것이다"는 그의 말에 나홀로 진출한 다른 부품사들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또 "과거 베이징현대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쉴 새 없이 공장을 돌리며 납품기일을 맞추는 데 전력을 쏟았지만 지금은 버티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라며 "생산 물량이 감소하고 중국도 공장 자동화 바람이 불면서 우리뿐 아니라 현지 업체들은 인력을 30% 가량 줄이는 것이 보통이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 공장에는 1개 생산라인에 중국인 서너 명만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수준이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베이징현대 생산량 감소 여파와 공장 자동화 영향 등으로 인력을 30% 이상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노명현기자]

이들은 베이징현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현지 자동차 업체와 접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았다. 중국 기업들의 무리한 요구를 도저히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큰 돈 들여 현지 공장을 짓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를 과감히 청산하고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결국 베이징현대가 판매를 회복해 성장세로 전환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 법인장은 "어느 기업이나 협력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데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며 "중국 기업들과 일을 해보니 수익성이 더 악화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베이징현대의 부진은 현지 한인들의 경제 활동에도 타격을 줬다. 많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주재원 숫자부터 줄인 까닭이다.

이 법인장은 "베이징현대 협력사를 비롯해 많은 한국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각 기업들이 가장 먼저 주재원을 줄이고 있다"며 "이 영향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식당들이 사업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신(新)에너지차 반드시 잡아야

중국 자동차 시장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중국 시장을 분석하고 현지 정부 정책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바로 브랜드 고급화와 신에너지차(전기차)다.

특히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베이징시는 2020년까지 전기차 보유량을 40만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버스나 택시 등 공용차량은 원칙적으로 전기차를 사용하도록 했다. 올해는 택시와 스쿨버스 등 배기가스 배출에 대한 정기 검사도 강화할 것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베이징 도심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노후 경유차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하이브리드 뿐 아니라 전기차와 전기버스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는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과거처럼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충전소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는 것이다.

동시에 내연기관 차량에 대해서는 규제를 가하기로 했다. 중국은 올해부터 내연기관 생산기업의 신규 설립을 금지한다. 기존에 설립된 자동차 기업들은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생산량의 10%는 전기차를 만들어야 한다.

현지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분야에 공격적으로 나서는데 비해 베이징현대는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덜하다"며 "중국 내에서 내연기관 차 시장이 더 성장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서둘러 전기차로 전환하는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워치는 중국경제 격변의 시기를 대비할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오는 2월27일 개최할 '2019 차이나워치 포럼'이다.

2014년부터 시작해 여섯번째로 중국을 둘러싼 경제 상황을 톺아보는 자리다. G2의 갈등이 언제 어떤 국면으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이번 포럼에는 중량감 있는 미국·중국·통상 분야 전문가 및 학자들을 초빙해 다양한 시각을 점검키로 했다.

우선 김시중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이 G2의 갈등 상황을 짚고 향후 추이를 조망한다. 김 교수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기업의 활로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조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한민국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송영관 연구위원이 미·중 갈등 여파를 최소화 시킬 정책 대응 방향에 대해 제언을 던진다. 수출과 내수, 투자 등 전면적으로 잿빛 일색인 한국 경제를 터널 밖 탈출구로 이끌 혜안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한다. 대륙의 기업부채와 부동산 거품, 통상 마찰로 인한 기업부도 우려 등 다양한 면에서의 리스크를 점검하는 순서다.

세 전문가의 발표 뒤에는 토론이 이어진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국제경제를 섭렵한 발표자가 견해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토론은 주미대사관 경제참사관, 주상하이총영사,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주유럽연합(EU)대사 등을 역임한 안총기 전 외교부 2차관이 조율을 맡았다. 토론시간에는 일반 참여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도 이어진다.

'2019 차이나워치 포럼'은 2019년 2월27일(수)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에서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 홍콩투자청이 후원하며 기업과 금융사 기획·전략·투자 담당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일반 투자자, 대학생 등 250명 정도 참석이 예상된다. 세미나 참가비는 무료며,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http://news.bizwatch.co.kr/forum/2019/chinawatch)에서 사전 등록해야 참석할 수 있다.

▲ 일시 : 2019년 2월27일(수) 오후 2시∼5시
▲ 장소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
▲ 신청 :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www.bizwatch.co.kr)에서 참가자 사전등록 접수 중
▲ 문의 : 비즈니스워치 차이나워치 포럼 사무국 (02-783-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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