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도 씀씀이를 늘리며 '주주 친화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는 보통주 1주당 전년(600원) 대비 16.7% 늘어난 7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확정했다. 우선주도 이 기간 650원에서 750원으로 15.4% 배당액이 상승했다.
벌어들인 소득은 줄었는데 주주 손에 쥐어주는 지출은 늘었다. ㈜한화는 지난해 연간 매출(연결기준) 48조7402억원, 영업이익 1조8061억원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3.3%, 16.3% 줄었다.
반면 배당금 총액은 563억원에서 621억원으로 10.3% 증가했다. 실적흐름과 배당액 추이가 엇갈린 셈이다.
2017년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7%, 28.1% 늘었을 때도 배당금이 2년 연속 보통주 600원, 우선주 650원으로 고정됐던 것과 대조된다.
화학계열사 한화케미칼도 지갑을 쥐어짰다. 이 회사 배당금 총액은 575억원에서 329억원으로 줄었지만, 자사주 163만주를 356억원을 들여 매입 소각하기로 확정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3.2% 줄고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음에도 곳간을 열었다.
주주 달래러 허리끈 되레 풀어
그룹 방위산업 부문 중간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 회사는 자사주 48만주를 158억원에 매입해 소각하기로 확정했다.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5.5%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지난 3년새 가장 적었음에도 '통큰' 결정을 했다. 지난 3년간 결산배당을 하지 않은 것을 보완하는 조치다.
이들 회사의 행보는 '주주'에 방점이 맞춰져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모두 지난해 연말, 올초 즈음 저점을 찍고 주가가 오름세다. 실적이 부진하지만 배당, 자사주 소각 등으로 추가 주가 상승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설령 주가가 떨어져도 주주 입장에선 배당금을 챙길 수 있고, 회사의 지분 소각으로 보유지분이 늘어나 불만이 줄어든다. 회사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적극 실행하려는 국민연금도 달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말 기준 한화케미칼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각각 7.9%, 12.9%를 보유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주 가치가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한화그룹 계열사들도 배당, 자사주 매입, 지분 소각 등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