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삼성전자)가 얘기하는 QLED TV는 퀀텀닷을 이용한 액정표시장치(LCD) TV입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로 만든 TV의 '기술 우위'를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 LG디스플레이 "8K TV, OLED가 최적")
위 문장에서만 LCD, QLED, OLED란 기술용어 세 개나 나왔는데요. 최근엔 용어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TV 등 대형 제품에 쓰이는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패널 투자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 때문입니다.
'LCD는 뭐고 OLED, QD-OLED는 무슨 차이점이 있지'라고 몇몇 독자분들은 의문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이번 기사에선 각 디스플레이의 기술적 특징을 짚어보려 합니다.
◇ QLED는 LCD의 한 종류
TV에서 패널은 화면을 출력하는 부품의 총합입니다. 발전을 거듭해 과거 '배불뚝이' TV로 기억되는 브라운관(CRT), 벽걸이 TV라 불린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와 LCD 등을 거쳐 OLED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현재 가정용 TV '대세'는 LCD와 OLED 패널을 쓴 제품입니다. 두 패널은 화면을 이루는 최소 단위인 '화소'가 빛을 내는 방식에 따라 구분됩니다.
우선 LCD는 화소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합니다. 따라서 화소 뒷편 '백라이트'가 내는 광원이 빛을 내면 화소를 통과해 화면을 표시하는데요. 백라이트가 필요한 만큼 OLED에 비해 TV 두께가 두꺼운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더욱이 LCD 패널을 쓴 TV는 태생적 문제를 더 안고 있습니다. 우선 LCD TV는 화면을 정면이 아닌 곳에서 봐도 색 왜곡이 덜한 최대한의 비스듬한 각도인 '시야각'이 좁습니다.
LCD TV는 주로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쓰는데요. LED는 발열이 적고 전기료가 덜 드는 장점이 있지만 빛이 일직선으로 곧게 뻗습니다. LED 전등이 형광등보다 빛이 덜 분산된다고 알려졌죠. 그 특성이 LCD TV에 고스란히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화질을 결정하는 '명암비' 구성요소인 '검은색' 표현력이 떨어집니다. LCD는 검은색을 표현할 때 백라이트 앞쪽에 있는 액정이 빛을 막는데요. 이때 빛이 일정부분 새나올 수 있어 완벽하게 검은색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OLED가 화소를 꺼버려 완전한 검은색을 표현하는 것과 대조적이죠. (※관련기사: [포스트]'블랙'에 빠진 삼성·LG, 이유는?)
삼성전자가 2016년부터 출시한 QLED TV는 엄밀히 얘기하면 이 LCD TV를 개량한 제품입니다. LCD TV에서 백라이트 광원은 화소를 통과한뒤 앞면에 '셀로판지' 형태로 빛의 3원색 빨간색, 녹색, 파란색을 띈 '컬러필터'를 거쳐 여러 색깔을 내는데요. QLED는 '퀀텀닷 필름'을 백라이트 앞에 둬 색 재현율을 높인 빛이 컬러필터를 거쳐 순도 높은 색상을 출력하게 돕습니다.
다만 QLED TV는 태생상 시야각, 명암비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퀀텀닷 필름이란 임시 방편을 적용했을뿐 LCD TV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매번 OLED TV와 비교되는 단점입니다.
삼성전자에서 2019년형 QLED TV 출시계획을 발표하며 이전 제품공개 때와는 달리 '좁은 시야각, 낮은 명암비를 개선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 '색재현력' 키운 QD-OLED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로 QD-OLED 패널 생산을 목전에 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증권가는 회사가 충남 아산 L8 공장 일부 라인을 활용해 제품 시험생산을 거쳐 이르면 2020년 하반기 제품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합니다.(※관련기사 :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OLED 진출하나)
휴대폰 등 중소형 제품에 이어 TV 등 대형 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행보입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중 휴대폰 등에 쓰이는 중소형 OLED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대형 OLED가 주력인 LG디스플레이와는 반대죠.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연말 OLED와 LCD패널로 나뉜 사업부를 중소형과 대형사업부 체제로 개편하며 준비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용어에서 알 수 있듯 QD-OLED는 OLED 패널의 한 종류입니다. 다만 광원, 컬러필터에서 LG디스플레이와 차별점을 뒀습니다.
우선 화소가 내는 빛이 LG디스플레이와 달리 '하얀색'이 아닌 '청색'입니다. 청색빛이 화소 앞 컬러필터를 거쳐 여러 색깔로 변합니다.
또한 화소 위에 퀀텀닷으로 만든 컬러필터를 올려두는 것도 LG디스플레이와 차별점입니다. 색 재현율이 높은 퀀텀닷을 쓴 만큼 화면 색상도 더 이쁘게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 QLED 패널의 단점을 탈피하고 OLED의 장점은 더 극대화한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삼성, 대형 OLED '재도전'
사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는 전략 제품으로 OLED TV를 출시했었는데요. 이 제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납품했습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첫 도전은 2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수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당시 화소 하나하나가 빨강, 녹색, 초록색을 내뿜어 컬러필터가 필요 없는 색 재현율이 높은 OLED 패널을 만들었는데요. 다만 수율을 맞추기 어려워 대량 양산에 걸림돌이 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는 2014년 이후 OLED TV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4년 3분기 보고서에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에서 OLED TV 사업 진출 가능성을 담은 문구를 2년 만에 삭제하며 '쐐기'를 박았습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패널사업을 포기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QLED TV 판매량이 LG전자를 필두로 한 소니·도시바·파나소닉 등 OLED TV 진영을 앞섰는데요. 판매금액은 오히려 OLED TV 연합군이 앞섰습니다. 제품 하나하나의 단가가 OLED TV가 QLED 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관련기사 : 자존심 회복한 삼성, 신형 QLED TV '출격')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하얀색 광원을 쓴 제품으로 OLED 시장을 주도하는 만큼 차별화 차원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청색 광원 OLED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에 조단위 금액을 투자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회사가 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보이는데요. 과연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의 두 번째 OLED TV 도전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