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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OUT' 외치더니 '맞손'...KCGI 속내는

  • 2020.02.03(월) 09:49

잇단 거래 실패로 자금난…펀드 유지 불분명
3월 한진칼 주총 승리 사활...주주 설득 관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한진그룹 오너 리스크를 지적하며, 그 주범 중 하나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지목한 KCGI였다. 그랬던 그들이 조 전 부사장과 공동 전선을 구축하자 그 의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 표대결에 완패,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패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가운데 이를 오는 3월 주총 승리로 타개하고자 무리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KCGI와 반도건설 그리고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공동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3월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몰아내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한진그룹 경영체계를 혁신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들 연합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경쟁 구도는 3(KCGI·반도건설·조현아):2(조원태·델타항공)로 재편되면서 조원태 회장은 수세에 몰렸다. KCGI·반도건설·조 전 부사장 세 주주의 합산 지분율은 32.06%로, 조원태·델타항공의 합산 지분인 16.52%보다 약 2배 더 많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이명희·조현민 지분까지 더해지면 조 회장은 지분경쟁서 사실상 완패하게 된다.

업계는 'KCGI·반도건설·조현아'의 연합에 놀라는 분위기다. 몇 차례 회동설이 불거지긴 했지만 한진칼 일반주주에게 지지를 얻어왔던 KCGI와 반도건설이 조 전 부사장과 손잡을 명분이나 이유는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KCGI는 조 전 부사장에게 줄곧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작년 초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KCGI가 발표한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은 조 전 부사장 등 한진가를 경영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조 전 부사장의 대표 사업인 호텔업을 부채비율 상승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저격하며 호텔 계열사들의 일괄 매각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랬던 KCGI가 한진그룹 주총을 앞두고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자 그동안 강조해왔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사모펀드의 특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KCGI가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이은 거래 실패로 자금난까지 불거진 상황에 이번 주총마저 실패로 끝나면 펀드 유지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KCGI는 지난 2018년 11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며 한진칼 2대주주(532만2666주(9.0%))로 등장했다. 당시 한진가의 연이은 갑질 사건에 분노한 여론과 주주들은 KCGI에 환호했다. KCGI가 처음 지분 매입을 공시한 2018년 11월 14일 한진칼 주가는 12.58% 올랐고, 이후 약 2주 동안 40%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지에도 KCGI는 지난해 한진그룹 주총 표대결에서 패했다. 한진가의 비도덕성, 회사의 열악한 재무구조 등을 강조하며 표몰이에 나섰지만, 전략적으로 대응한 한진그룹에 우호지분이 몰리면서 완패했다.

유일한 성과로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을 막아낸 것이었다. 이후 전열을 가다듬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참전했다. 하지만 함께 인수에 나설 전략적 투자자(SI)를 구하지 못하면서 본입찰서 탈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가 남매의 난(亂)이 터졌고, KCGI는 이를 기회로 여겼을 가능성이 크다. 한진가는 4명의 지분을 합칠 때만 위협적이기 때문이다.[인사이드 스토리]외풍(外風)에 흔들리는 한진家

더욱이 우호지분이 더 많은 조 전 부사장이 KCGI와의 연대를 원하고, 반도건설도 힘을 보태기로 하면서 KCGI가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일반주주들이 이 연합에 동의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KCGI가 일반주주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건 지배구조 개선 명목으로 한진가와 대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한진그룹 오너 리스크의 주범으로 직접 지목했던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KCGI가 애초에 내세웠던 명분의 진정성에 의문이 따르는 상황"이라며 "주총 전까지는 조 전 부사장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한진가를 경영권에서 배제하고 전문 경영인을 도입하는데 합의했다는 식의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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