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가 올 하반기부터 새 전기차 모델을 잇따라 선보인다.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차로 5개사가 맞붙는 건 국내 자동차 업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2강(현대차·기아차) 3약(르노삼성·한국GM·쌍용차) 구도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어질 지가 관심사다. 글로벌 전기차의 대표주자이자, 국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와의 기술 및 점유율 경쟁도 볼거리다.
# 현대차 NE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곳은 업계 맏형 현대차다. 앞서 코나 EV와 아이오닉 EV의 성공적 출시로 기술력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만큼 다음 전기차 신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초 차세대 전기차 ‘NE(코드명)' 출시를 앞두고 현재 막바지 테스트가 한창이다. NE는 현대차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45 EV'의 기반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다.
코나 EV와 아이오닉 EV처럼 내연기관 차 모델에서 내연기관을 제거하고, 그 공간에 전기 모터를 탑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업계 사상 최초로 EV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제작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용 플랫폼을 이용하면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껍데기만 바꿔 원하는 스타일의 차량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차체 구조물이 기본화 된 만큼 대랑 생산도 가능해 단가를 낮추는 등 가격 경쟁력에서도 유리하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구축할 총 44종 친환경차 라인업 가운데 23종을 전용 전기차 모델로 채울 계획이다.
NE의 1회 충전거리는 현존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적용돼 항속 거래가 최대 500Km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코드명 NE의 연간 생산 목표를 2021년 7만4000대, 2022년 8만9000대로 잡고 있다.
#기아차 CV
기아차도 내년 전기차 전용모델 'CV(코드명)'를 선보인다. 현대차 NE와 함께 e-GMP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NE는 CUV형태로, CV는 세단 형태로 출시될 예정이다.
CV는 기아차가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선보인 이매진 콘셉트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오토익스프레스 등 해외 자동차 매체에 따르면 CV는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 즉 제로백이 3초 이내에 달하는 고성능 전기차다. 20분 이내로 배터링 재충전이 가능하며, 완충시 주행거리는 약 300마일(483km)에 달할 전망이다.
기아차는 CV를 시작으로 현재 2%에 불과한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2022년과 2025년 각각 5%, 6%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 조에
최근 소형 SUV 'XM3' 성공으로 내수 3위 굳히기에 들어간 르노삼성은 올 하반기 순수 전기차 조에(Zoe)를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르노그룹의 대표 전기차인 조에는 유럽 누적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이미 상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모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조에의 유럽 누적 판매량 24만대에 달한다. 2012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2세대 모델까지 출시하며 주로 유럽에서 판매 중이다.
국내 출시를 위해 지난 5월 환경부 인증 절차를 마무리했으며, 국내 기준 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는 최장 309㎞를 받았다. 이는 아이오닉 일렉트릭(271㎞)보다 길고, 코나 EV(406㎞)와 기아차 니로 EV(385㎞)보다는 짧다.
조에의 국내 출시 가격은 3000만원 중·후반대로 예상되고 있다. 기 출시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EV 가격이 대부분 4000만원 대에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한국GM 볼트 EV 2020
한국GM도 올 하반기 2020년형 볼트 EV를 출시를 준비한다. 국내 출시를 위한 환경 인증은 이미 마친 상태다.
최고 주행 가능속도는 148.6km/h며, 기존 볼트 EV의 배터리팩 60kWh 대비 10% 늘어난 충전량을 통해 주행거리는 383km에서 31km 늘어났다.
볼트 EV와 함께 볼트의 차체를 키운 모델 ‘볼트 EUV’ 출시 여부도 관심거리다. 볼트 EUV는 볼트에 수요가 많은 SUV 스타일을 결합한 차량으로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GM은 볼트 EUV에 캐딜락 차량 외, 최초로 수퍼 크루즈 운전자 보조시스템이 적용할 계획이다. GM은 볼트 EUV를 이르면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 E100
'신차 부재'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쌍용차도 내년 전기차 출시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코란도 플랫폼을 활용해 만드는 전기차로, 2018년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e-SIV’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현재 네이밍 작업이 한창으로, 앞서 쌍용차는 지난달 특허청에 ‘코란도 e모션’을 상표등록 출원하기도 했다. 전기차 코란도의 주행거리는 1회 충전시 약 420K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대차 NE, 기아차 CV 다음으로 가장 긴 거리다.
LG화학이 제공하는 61.5kWh 용량의 리튬이온배터리를 적용하고 최고출력 188마력의 모터를 탑재한다. 단일 전기모터를 탑재한 전륜구동 방식이 적용된다.
업계는 국내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를 쏟아내는 올 하반기와 내년 초를 기점으로 업계간 경쟁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변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내연기관 부문에서 오랫 동안 굳어진 2강(현대차·기아차) 3약(르노삼성·한국GM·쌍용차)체제의 경쟁 구도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어질 지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시장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현대˛기아차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이 외 틈새 시장을 공략하려는 3사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견고한 아성을 깰 수 있을 지도 흥미거리다. 테슬라는 미국 판매 1위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시장경쟁률 50%에 달하는 글로벌 전기차 강자다. 지난 2017년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모델 S와 모델 X를 선보였고, 지난해 모델 3의 소위 ‘대박’을 통해 국내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다.
테슬라 올해 1분기 판매량은 4070대로, 국내 전기차 전체 판매량(8831대)의 46%에 달한다. 이는 2017년 국내 진출 이후 최고의 성적이다. 수입차 판매 순위 또한 메르세데스-벤츠, BMW에 이은 3위로, 내연기관이 아닌 오로지 전기차로만 받은 성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테슬라는 올해 말에도 한국 시장에 소형SUV '모델 Y'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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