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입시를 앞둔 최상위권 수험생들에게 올해는 격동의 해다.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가 작심(?)하고 전형을 확 뒤집어놨다. ‘서성한’(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라인이 변화가 거의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로나19 고3 구제 방안’까지 겹치며 수시 지원시 따져야 할 변수들이 너무 많아졌다.
서울대가 수시 학종 지역균형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사실상 없앴다. 학교장추천전형에 기존 서울대, 고대 외에 연대가 뛰어들었다. 특목고 ‘그들만의 리그’로 불렸던 특기자전형이 대폭 축소됐다.
또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등 주요 대학들의 유망 신설학과들이 최상위권 입시지형을 뒤흔들 채비를 하고 있다. 선발인원만 해도 260명. 무시못할 인원이다.
예상 밖 수능최저 버린 서울대
서울대가 2018학년 이후 3년만에 모집인원에 변화를 줬다. 2021대입 정원을 3179명(2020학년)→3198명(2021학년)으로 20명 늘렸다. 수시 2개 전형인 학종 지균과 일반전형은 2447명(76.5%)으로 48명 줄였다. 정원을 늘리고 수시를 줄인 만큼 수능 위주의 정시를 확대했다. 67명 증가한 751명(23.5%)을 뽑는다.
한데, 사실 인원변동은 임팩트 측면에서 지균의 변수에 비할 바 못된다. 지원인원을 학교장추천 2명으로 못박고 있는 전형이다. 코로나19 고3 대책으로 내놓은 게 수능최저다.
국어․수학․영어․탐구 4개 수능응시영역 중 3개 ‘2등급→3등급’ 이내로 손봤다. 탐구 선택시 충족기준 또한 ‘2합4’에서 ‘2개 3등급 이내’로 바꿨다. 전교 1~2등 내신 ‘극강’의 고3 현역들이 지원하는 전형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능최저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균은 매년 수능최저를 맞추지 못해 떨어지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주로 이과생들이 주류다. ‘수학가’와 ‘과탐Ⅱ’를 응시해야 해서다. 2019학년 ‘불수능’ 때 약 20%(144명) 미달 사태를 빚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20학년에도 12.6%(95명)나 됐다.
언감생심, 수능최저가 녹록치 않아 지균에 원서를 넣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학생들까지 올해는 지균에 가세할 것으로 점쳐진다. 예년과 같은 미달 사태는 없을 게 뻔하다. 보다많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서울대 지균으로 빠져나가며 연고대는 물론 ‘서성한’ 라인의 추가합격 등에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연고대의 코로나19 고3 대책은 서울대에 비하면 영향력이 덜한 편이다. 비교과와 면접 영향력 축소에 초점을 둬서다. 연세대는 3학년1학기 학생부 비교과에서 수상경력, 창의적체험활동, 봉사활동실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고려대는 비대면을 기본으로 한 영상면접(업로드·현장녹화), 화상면접을 실시한다. 오히려 작정하고 손을 댄 전형에 시선이 더 꽂힌다.
특기자 1/4토막 낸 연세대
2020학년까지만 해도 SKY 중 서울대 지균과 고대 학교추천Ⅰ․Ⅱ전형만 지원인원을 제한했다. 서울대가 ‘2명’, 고대가 ‘3학년 정원의 4%’였다. 연대가 가세했다. 학종 면접형을 학교장추천제로 전환했다. ‘3학년의 3%’다. 특목고나 전국형 자사고에 비해 내신의 우위를 점한 일반고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문이 좀 더 넓어졌다.
전국의 공부 좀 한다는 특목고 학생들은 SKY를 동시 지원한다. 통상 외고나 국제고, 유명 자사고는 수시 6장의 카드 중 1~3순위가 SKY다. 과학고나 영재고도 마찬가지다. 4개 과학기술원을 포함해 최대 10장에 스펙트럼 또한 넓지만 ‘설포카’(서울대·포항공대·카이스트), ‘의치한’(의예·치의예·한의예), 연고대, 디지스트·유지스트·지스트 등으로 정리된다.
즉, SKY는 특목고와 전국형자사고 학생들의 움직임에 따라 일반고 출신들에게는 유불리가 작용한다. 심삼찮다. 올해는 학종에서 일반고와 특목․자사고 출신들이 예년보다 한층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연고대 특기자전형 축소와 맞물려있다.
연대는 주요 대학 중 가장 많은 인문·자연 특기자를 뽑는 학교였다. 2019학년만 해도 선발인원이 805명이나 됐다. 2020학년에도 축소한다고는 했지만 599명(17.4%)이나 됐다. 이렇다보니 2020학년 신입생 중 일반고 비중은 47.3%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주요 대학 중 가장 낮다. 정부의 인문·자연 특기자 축소 방침과도 맞지 많고 말들이 많았던 이유다.
연세대가 2021학년에는 인문·자연 특기자를 거의 4분의 1 토막 냈다. 163명(4.8%)만 선발한다. 2020학년 사회과학인재에 이어 올해 과학·어문학인재 전형을 폐지하는 데 따른 것이다.
특기자전형 및 논술전형(607명→384명)에서 축소한 인원(659명) 중 87%(573명)를 학종 주요 3개 전형 면접형(260명→523명), 활동우수형(635명→768명), 국제형(116명→293명)으로 돌렸다.
수능최저 ‘끝판왕’의 변심 고려대
고대의 전형 변화 또한 어마무시하다. 2021학년 입시에서 연세대가 수시 인원에 큰 변화를 줬다면 고려대는 틀을 확 뜯어고쳤다. 2020학년 교과 학추Ⅰ과 학종 학추Ⅱ를 통합, 교과 학추로 설계했다. ‘3학년 정원 4% 이내’로 하는 추천인원은 동일하지만 내용은 180도 딴판이다.
맨 먼저 인원에 변화를 줬다. 2020학년 학추Ⅰ(400명)․Ⅱ(1100명) 합계 1500명보다 342명(22.8%) 줄어든 1158명을 선발한다. 특히 선발방식을 다단계전형에서 교과(60%), 서류(20%), 면접(20%) 일괄전형으로 바꿨다. 예년 학추Ⅰ․Ⅱ는 1단계에서 3~5배수 추리는 까닭에 문턱이 높았던 전형이다.
계열적합형 신설 또한 주목해야 할 변수다. 495명을 선발한다. 서류(학생부·자소서)와 면접으로 이뤄진 2단계 전형이다. 한데, 고대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수능최저가 없다.
고대 입시전략은 연대와 대조적이다. 수능최저도 걔중 하나다. 연대가 2020학년 수시 전(全) 전형 수능최저를 폐지한 반면 고대는 전통적으로 모든 수시전형에 수능최저가 존재하고 기준 또한 전국 최고 수준으로 설정해 왔다.
결국 수능최저 없이 서류와 면접으로만 선발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계열적합형이 지원자들의 소위 ‘스펙’과 ‘말빨’ 싸움이라는 뜻이다. 일반고 출신들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다.
사실 계열적합형 인원이라는 것도 상당수 특기자전형에서 넘어왔다. 고대는 2021학년에 인문 특기자를 51명 줄였다. 자연은 아예 컴퓨터학과(19명)만 남기고 전 모집단위 200명을 없앴다.
2021학년 주요 대학들의 첨단학과 신설 또한 무시못할 변수다. 연대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시스템반도체공학과(50명)를 개설한다. 고대 또한 SK하이닉스와 협약을 통해 반도체공학과(30명)를 신설한다. 모두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원조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 이어 소위 ‘취업깡패’ 학과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AI·차세대반도체·소재부품·에너지 등 미래·첨단 분야 학과 개설도 잇따르고 있다. 고대 데이터과학과(30명)·스마트보안학부(30명)·융합에너지공학과(30명) 3개 학과를 비롯해 성대 글로벌융합학부(50명), 한양대 심리뇌과학과(40명) 등이 면면이다.
대부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만들어지는 학과여서 지원도 전폭적이다. 상위권 공대를 지원하려는 자연계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선택의 폭이 부쩍 넓어졌다. 다만 신설되는 만큼 입시 정보가 많지 않아 대학 또는 모집단위 입시 지형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