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부진일까, 구조적 문제일까.
지난 1분기 현대모비스 실적을 두고 시장에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운송비 증가와 신흥국 환율 약세에 따른 외환환산손실 등에 의한 일시적 부진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차 사업 부문인 전동화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보면 실적에 대한 기대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이익 늘리고도 '기대이하' 평가…이유는
지난 1분기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5.9% 증가한 4904억원.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충격에선 벗어났지만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우선 비교 시점을 바꿔보면 이익 증가세가 오히려 꺾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0.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작년 3분기 6%, 4분기 6.6%을 기록했지만 올 1분기에는 5%로 다시 낮아졌다. 2019년 1분기 영업이익과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0.7% 소폭 줄었다. 코로나19 특수성을 제외하면 예년의 1분기 실적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룹사와 비교한 '상대평가' 결과도 아쉽다. 현대모비스의 실적은 90% 이상이 현대차와 기아로의 매출에서 발생한다. 현대차와 기아 실적이 좋아지면 현대모비스도 좋아지는 구조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 1분기에는 실적의 '동조화' 현상엔 균열이 갔다.
지난 1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조656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1.8% 증가했다. 이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은 1조764억원으로 142.2% 급증했다. 증권업계는 코로나19 속에서도 '보복 소비'와 신차효과 등이 일어나면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삼총사의 실적 개선세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대모비스만 소외된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기대이하 실적 원인은 외부적 환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해운·항공비가 모두 상승했고 헤알화와 루블화 등 신흥국 환율 움직임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른 운송비 부담은 200억원, 외환환산손실은 500억원 각각 더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항구들의 검역이 강화되면서 딜레이가 발생했다"며 "항공 쪽도 타이트해 전반적으로 운송비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송 연구원은 "부진의 원인이 구조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점과 전동화 부문의 고성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 모듈·부품 영업이익률 '뚝뚝뚝'
하지만 일시적 부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모비스의 전동화 투자 부담이 늘고 있어서다. 현대모비스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2017년 7688억원, 2018년 8345억원, 2019년 9654억원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엔 1조원을 넘어섰다. 올 1분기 연구개발비는 248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9% 늘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현대모비스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2700억원에서 1조100억원으로 증가했다"며 "2025년까지 이 비용을 1조7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동화 매출은 2017년 1조원대에서 지난해 4조원대로 커졌지만 수익성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사업에서 한 자리대 손실을 유지하고 있다. 올 1분기 전동화 매출(1조1501억원)에 적용해보면 최대 1138억원의 손실이 나고 있는 것으로 계산해 볼 수 있다.
전동화 사업의 적자가 수년째 지속되면서 전동화 실적이 포함되는 '모듈 및 핵심부품' 사업부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0.7%에 불과했다. 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5.4%, 2016년 4.4%, 2017년 1%, 2018년 1.1%, 2019년 1.5%, 2020년 0.9% 등으로 전동화 사업 본격화 전후가 확실히 구분된다. 김준성 연구원은 "전동화 사업은 높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비용 증가는 부담스럽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