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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서 모셔온 피카소'…온·습도까지 맞춘 항공특송

  • 2021.04.30(금) 14:44

대한항공, 4회 걸쳐 작품 110여점, 22톤 운송
지상이동 최소화, 구글 기반 IT시스템으로 '만전'

지난 4월23일, 파리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KE504'편 화물기에는 '입체파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 작품이 다수 실려 있었다. 4월16일부터 항공기 4편이 순차적으로 한국으로 들여온 피카소 작품의 마무리 운송분이었다. 

대한항공이 맡아 이번에 운송한 유화, 조각, 세라믹 등 110여점의 파카소 작품과 포장재들의 무게는 총 22톤. 금액으로는 수조원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4차례 걸쳐 나눠 실어 온 이유도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B747-8F 화물기/사진=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불리는 피카소의 세계적인 작품을 안전하게 운송하는데 만전을 기했다"며 "작품의 밀봉 상태를 세심하게 검사해 보안을 강화했고 최인접 주기장을 배치해 지상 이동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운송에는 구글 워크 스페이스 등 최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전사 협업 시스템도 동원됐다. 출발지와 도착지에서 실시간으로 화물 정보를 공유해 만일의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한 것이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 "미술품은 특히 습도에 민감해서 화물기 내에 이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와 기술적 노하우가 총동원된다"며 "밀봉 상태인 화물을 싣고 내리는 것은 물론 통관 절차까지 오랜 기간 쌓은 항공화물 경험을 통해 성공적으로 운송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운송한 피카소 작품은 오는 5월1일부터 8월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파블로 탄생 140주년 특별전(展)'에 오른다. 파리 국립 피카소미술관이 소장한 피카소 작품을 국내 최대 규모로 소개하는 전시다. 

입체주의(큐비즘)의 창시자인 피카소는 사물을 바라보는 새롭고 다층적인 시선을 화폭에 담아낸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대한항공은 "작품 전시회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화물편에 대해서도 안전한 수송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1971년 미국 태평양 노선에 화물기를 처음 투입했다. 이전에도 온도·습도 조절이 절대적인 예술품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등 특수화물 운송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왔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런던 국립미술관 등의 예술품이 대한항공의 운송으로 한국을 다녀갔다.

대한항공 화물 운송/사진=대한항공 제공

이 같은 화물운송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속에서도 2383억원의 영업이익(별도재무제표 기준)을 냈다. 코로나가 없었던 2019년(2864억원)보다 16.8% 감소한 실적이다. 하지만 작년 매출이 7조4050억원으로 재작년보다 40%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선방한 것이란 평가다.

이는 화물 매출이 4조2507억원으로 재작년 2조5575억원보다 66.2% 늘어난 덕이 크다. 대한항공은 유휴 여객기를 활용하는 한편,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운항하는 방법으로도 공급력도 늘렸다. 유휴여객기를 활용해 항공화물을 운송한 것만 해도 연간 4500편 이상이었다는 게 이 항공사 측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 의료용품과 방호물자 운송에서도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항공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코로나 백신 등 의약품의 항공 운송 전문성과 우수성을 증명하는 국제표준인증(CEIV Pharma)을 취득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8일 국내 생산 코로나19 백신 원료를 영하 60℃ 이하의 상태로 암스테르담까지 수송했다. 지난 2월24일에는 국내에서 생산한 코로나19 백신 완제품을 태국과 베트남으로 국내 최초로 운송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코로나19 화이자(Pfizer) 1호 국내 백신을 성공적으로 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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