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에 이어 애플이 국내 앱스토어 상에서 제3자 결제를 허용키로 하고 현재보다 낮은 결제 수수료를 적용키로 했다.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해 9월 시행됐음에도 요지부동으로 자사 앱 내 결제를 고수하던 애플이 결국 태도를 바꾼 것이다.
애플은 일단 국내 법을 준수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결제 방법이나 수수료 인하에 대해선 주무부처와 협의한다는 입장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애플, 방통위에 3자결제 허용 계획 제출
방통위는 애플이 지난 7일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준수를 위해 한국 앱스토어(애플의 앱마켓)에서 제3자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고 11일 밝혔다.
애플은 제3자 결제 수수료를 현재의 30%보다 낮게 책정할 예정이다. 다만 3자 결제에 대한 구체적인 허용 방법이나 적용 시기, 적용 수수료율 등은 추가적으로 검토해 방통위와 협의한다는 입장이다.
인앱 결제란 말 그대로 앱 안에서 어떤 콘텐츠나 아이템 등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동안 게임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구글·애플이 제공하는 결제 방식으로만 사야 했다. 구글은 이러한 방식을 게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콘텐츠에 확대 적용하려다 IT 업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결국 입법 기관인 국회가 나서 지난해 8월 인앱 결제 강제화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법안은 세계 최초로 거대 플랫폼의 수수료 갑질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이 주목하기도 했다.
법안 통과 및 시행(9월) 이후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애플, 구글에 법 준수를 위한 이행계획을 한 차례 제출받았으나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돌려 보낸 바 있다.
이에 구글은 작년 12월 국내 앱 개발자에게 인앱 외 다른 결제 방식인 3자 결제를 허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구글과 달리 애플은 뚜렷한 이행안을 내놓지 않다 이번에야 태세를 전환하고 3자 결제를 허용키로 한 것이다.
구글 편법 논란 애플이 재연할지 관심
애플이 세부 이행안을 어떻게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앞서 이행안을 발표한 구글만 해도 3자 결제를 허용하고 수수료를 낮춘다는 규제 방향에는 부합했으나 세부안을 살펴보면 규제를 우회하는 내용이라 편법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구글이 밝힌 3자 결제 수수료율은 결제액의 6~26%로, 인앱결제(10~30%)보다 4%포인트(P) 낮다. 업계에선 앱 개발자의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비용과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2~3%) 등을 합치면 3자 결제 수수료율이 기존 인앱결제와 거의 차이가 없다며 반발했다.
오히려 3자 결제의 낮은 수수료율 장점이 사라지고 인앱결제 사용을 강제당한다는 점에서 구글이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측은 이러한 구글의 편법 논란을 의식한 듯 애플과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 마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애플과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며, 업계의 우려사항을 고려하여 이행방안을 면밀히 살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