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5세대) 통신 주파수 경매를 둘러싼 통신사들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5G 주파수 추가 경매를 추진하자 'LG유플러스를 위한 특혜'라고 반발했던 SK텔레콤이 자사 인접 주파수 대역도 경매로 내놓으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SK텔레콤이 요구한 주파수 대역은 아직 전파 간섭 해소 등을 위한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은 곳이다. 통신 업계에선 내년이나 경매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SK텔레콤이 일정을 앞당기라고 재촉한 셈이다.
그만큼 이번 주파수 경매가 LG유플러스에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KT 역시 순순하게 경매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경매는 정부의 결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SK텔레콤, 정부에 추가 주파수 할당 요청
25일 SK텔레콤은 3.7기가헤르츠(㎓) 이상 대역 40메가헤르츠(㎒) 폭 주파수를 추가로 경매에 부쳐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3.42~3.7㎓ 대역 20㎒ 폭 주파수 경매를 내달 말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역은 LG유플러스가 사용 중인 5G 주파수 대역(3.42~3.50㎓)에 인접해 있다. 이 대역을 LG유플러스가 경매를 통해 가져가면 기존 대역과 하나로 연결해 5G 서비스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가 주파수 추가 할당을 신청하자 작년 말에 이를 승인, 올 들어 경매 추진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에 SK텔레콤과 KT는 '사실상 LG유플러스에 특혜를 주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SK텔레콤과 KT는 경매에 부쳐진 주파수를 가져간다 해도 인접 대역이 아니다 보니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인접 대역이 아닌 여러개의 주파수를 하나로 묶어 속도를 늘리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rrier Aggregation, CA)'이란 기술이 있으나 이를 위한 장비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초강수'로 경매 새국면
경매를 가만히 지켜 보고 있을 수도 없다. LG유플러스가 추가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5G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져 SK텔레콤과 KT는 품질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 있는 상황이다.
주파수를 둘러싼 통신사들의 갈등은 SK텔레콤의 '초강수'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를 제외한 사업자도 경매 참여로 실익을 누릴 수 있도록 3.7㎓ 대역 20㎒ 폭 주파수 2개 블록(총 40㎒ 폭)을 경매에 부쳐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즉 지금의 경매 조건이 공정하지 않으니 조건을 공정하게 맞춰달라는 취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주파수 추가 할당 목적으로 밝힌 게 '고객 편익'과 '투자 촉진'"이라며 "3.7기가헤르츠 대역이 경매에 나오면 3사 모두 추가 5G 주파수를 확보해 공정경쟁이 가능하고 모든 국민의 편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 측은 "SK텔레콤이 과기정통부에 신청한 거라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내년이나 나올 주파수, 예정보다 빨리 요청
SK텔레콤의 이같은 요구를 정부가 수용할지 미지수다. 3.7㎓ 이상 대역은 예정대로라면 내년이나 경매에 부쳐질 대역이었다. 지난 2019년 12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5G플러스(+) 스펙트럼 플랜'에 따르면, 정부는 3.7~4.0㎓ 대역에서 320㎒ 폭을 이동통신용으로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경매에 곧바로 올릴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3.7~4.0㎓ 대역은 현재 위성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파 간섭 등 안전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과기정통부가 당장 경매로 내놓을 수 없을 뿐더러 경매에 부쳐지더라도 통신사가 바로 사용할 수 없다.
업계에선 SK텔레콤이 이번 경매의 불공정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이같은 전략을 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가 이번 경매를 받아들이지 않고 의견을 모으지 않는다면 경매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며 입찰 조건을 재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KT도 경매 순순히 안받아들일 듯
경매를 앞두고 SK텔레콤과 같은 목소리를 내던 KT의 입장도 난감하게 됐다. 3.7~4.0㎓ 대역은 SK텔레콤이 현재 사용 중인 5G 주파수(3.6~3.7㎓) 인접 대역이다. KT 주파수 대역(3.5~3.6㎓)과 떨어져 있어 경매에 나온다 해도 응찰할 만한 매력이 떨어진다.
KT는 SK텔레콤과 달리 주파수 추가 할당 조건을 추가하라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T는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할당받더라도 사용 시점과 지역 등에 '제한'을 거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KT 관계자는 "KT도 고객편익 향상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SK텔레콤의 추가 주파수 경매 요청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관련 법령 및 정책을 토대로 관련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검토해 답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