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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vs 윤석열]'탈모'에 '당뇨'로 맞불…포퓰리즘 의료 공약

  • 2022.02.04(금) 14:03

이 "공공의료 강화" vs 윤 "원격의료 확대"
탈모·당뇨 건보 확대 등 생활형 공약 제시
"건강보험 재정 현실 외면한 포퓰리즘 공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 간 보건의료 공약에 불이 붙었다. 이 후보는 '공공 의료 확충'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다. 반면 윤 후보는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산업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요양·간병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지원 확대 등도 제시했다.

보건의료업계에선 주요 대선 후보의 관련 공약에 대해 실망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약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의료 현실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탈모 치료제나 당뇨 연속 혈당 측정기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은 '포퓰리즘' 비판이 이어진다. 업계의 발전이나 국민 건강에 대한 고민은 빠진, 대선 승리를 위한 미봉책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공공의료 강화' vs 윤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

이 후보의 대표 보건의료 공약은 '공공의료' 강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공공의료 체제 대전환의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공공의료 4대 공약으론 △공공병원 확충 △필수 인력 확보 △지역 의료기관 협력체계 구축 △전 국민 주치의 제도를 내놨다. 이를 통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국민의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보건의료 정책의 연계선상이다.

윤 후보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신산업으로 육성,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의료 분야의 벤처를 집중 지원하고 비대면 의료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환자 맞춤형 요양·간병 지원, 요양·간병 휴가·휴직 확대, 노인질환 예방 지원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공약에도 차이가 있다. 윤 후보는 한줄공약으로 '비과학적 방역패스 철회'를 내세웠다. 세부적으로 아동청소년 강제적 백신접종을 반대한다고 표명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과 관련해선 인과관계를 정부가 증명하고 부담하겠다고 공약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에 '선보상 후정산', 중증환자에 '선치료 후보상'을 약속했다.

앞서 이 후보 역시 '백신국가책임제'를 촉구한 바 있다. 백신 부작용의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도 정부가 선제적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그러나 방역패스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이 후보는 방역패스 정책에는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청소년 백신접종을 권고사항이라고 한 후 충분한 설명이나 사회적 논의 없이 곧바로 백신접종을 강제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책' 빠진 보건의료 대선 공약

주요 대선 후보의 이번 보건의료 공약은 '근본적' 해결책이 빠진 데다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보건의료 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한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선별적 복지'를 내세워 공약을 발표했다. 17대 대선에서도 여당은 '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 국가책임제'를, 야당은 '의료비 100만원 본인 부담 상한제' 등의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이번 공약엔 각 후보가 제시하는 굵직한 목표가 없다. 특히 윤 후보의 보건의료 공약은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보건의료업계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흐름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그러나 안전성 등의 이유로 당장 시행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윤 후보의 비대면 의료 공약엔 세부 이행 방안 등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책 실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실성은 '글쎄'…표심만 노린 선심성 공약

후보 간 포퓰리즘 경쟁 심화는 더 심각한 문제다. 시작은 이 후보가 소확행 공약의 일환으로 제시한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었다. 이 후보는 탈모는 '신체 완전성'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탈모 치료가 곧 연애고 취업이고 결혼이다"라며 지난달 14일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공약으로 확정했다.

이에 윤 후보가 맞불을 놨다. 임신성 당뇨와 성인 당뇨 환자의 '연속 혈당 측정기' 구매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소아 당뇨 환자에게만 연속 혈당 측정기의 건강보험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반응은 뜨거웠다. 이 후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것'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11만뷰를 넘어섰다. 연속 혈당 측정기 역시 탈모 공약과 함께 연일 화제가 됐다. 이에 다른 대선 후보들도 특정 질병을 타깃한 '핀셋 공약'을 내놓는 양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정신건강 의료비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겠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반려동물 건강보험을 현행 건강보험에 통합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소확행 공약'과 '심쿵약속'을 내세우며 '생활형' 보건의료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에선 양 후보가 표심을 위한 '선심성' 공략에만 치중하고 의료 현실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탈모치료제나 당뇨 환자의 연속 혈당 측정기 모두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공약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질병의 위중도와 필수의료 여부 등을 우선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내 건강보험 재정은 문재인 케어를 시작하면서 지난 2018년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 1778억원, 2019년 2조8243억원, 2020년 3531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지난 2020년 기준 백혈병, 췌장암 등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82.1% 정도다. 이 중 17.9%가 비급여 대상이다. 생명에 위협을 받는 암이나 희귀질환 환자의 건강보험 지원이 더욱 시급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탈모치료제의 경우 환자 수를 떠나서 위중한 질병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돼야 하고, 당뇨 역시 연속 혈당 측정기가 비용 측면에서 당뇨 환자에게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건강보험은 재정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 우선순위를 판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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