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리더십 교체를 바탕으로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근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힌 초대 대표 한재선 CEO는 이달 말 그라운드X를 떠난다.
신임 대표로는 양주일 현 카카오 부사장이 내정됐다. 업계에선 게임·음악·여행에 이어 인증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양 대표 내정자와 최근 NFT 사업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그라운드X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재선 "대표직 연임 의사 없다"
그라운드X는 한재선 대표가 이달 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최근 밝혔다.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한 대표가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리더십 교체가 결정된 것이다. 한 대표는 2018년 3월 그라운드X의 첫 CEO를 맡은 뒤 4년 동안 대표 자리를 지켜왔다. 한 대표의 다음 행선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 대표는 2007년 데이터 처리 기업 넥스알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IT업계에 발을 들였다. 넥스알이 2010년 KT에 인수되면서 KT넥스알 CEO 자리까지 올랐지만, 2014년 기술 투자기업 퓨처플레이를 공동창업한 뒤 블록체인 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제안을 받아 그라운드X 대표직을 맡았다.
한 대표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개발을 지휘하면서 그라운드X를 국내 대표 블록체인 기업으로 키웠다. 특히 클레이튼 운영 재단인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 LG전자와 아모레퍼시픽, 넷마블 등 주요 기업을 참여시켜 대대적인 생태계 확장에도 성공했다.
2020년 6월엔 카카오톡으로 접속할 수 있는 가상자산 지갑 '클립'과 함께 '카카오 코인'으로 알려진 가상자산(코인) '클레이'를 공개하며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 클립 가입자에겐 NFT로 만든 가입 인증서를 제공하면서 국산 블록체인으로 굵직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후 한국은행과 디지털 형태 법정화폐인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 실험에 참여해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양주일 내정자, 콘텐츠·인증 사업 경력 다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양주일 카카오 부사장은 이달 주주총회를 거쳐 내달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카카오 부사장 겸직이 아닌 그라운드X 대표직에만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내정자는 2002년 NHN에 입사해 게임제작지원그룹장과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개발랩장을 맡은 바 있다. 이후 NH벅스와 NHN여행박사 대표를 맡는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콘텐츠 사업 전문가다.
지난해 카카오에 합류한 양 내정자는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갑 사업실'을 이끌었다. 카카오에서 인증서와 전자문서, 이모티콘 구독 플랫폼, NFT 등을 담당하는 사업부다. 양 내정자가 주도한 카카오 인증서는 코로나19 백신 예약에 쓰이며 출시 1년만에 이용자 3000만명을 모으는 등 지난해 카카오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된 서비스 중 하나로 꼽힌다.
양 내정자는 그라운드X 대표 내정 이후 "블록체인 산업이 초기 단계를 넘어 이미 폭발적인 성장 단계에 돌입한 만큼, 클립과 클립 드롭스를 각각 최고의 지갑 서비스와 NFT 마켓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내 대표 서비스로 성장함과 동시에 클레이튼과 함께 글로벌 도약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커져가는 NFT업계…양 내정자 시너지 기대
업계에선 그라운드X가 힘을 쏟고 있는 NFT 사업과 양 내정자의 시너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라운드X는 그동안 주력했던 클레이튼 관련 사업 전반을 카카오의 해외 블록체인 사업 법인인 '크러스트'로 이관하고, NFT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행과 진행 중인 CBDC 파일럿 프로젝트는 당분간 그라운드X에서 이어간다.
최근 NFT 업계는 대대적인 성장과 함께 큰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블록체인 시장 조사 업체 디앱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NFT 거래액은 249억달러로 전년(9490만달러) 대비 260배 이상 많아졌다.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의 거래액 역시 지난해 7월까지 3억달러를 밑돌았지만, 8월 30억달러로 열배 이상 급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NFT에 나서는 기업이 늘면서 경쟁 상대도 많아졌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업비트는 NFT 거래소를 운영 중이고, 고팍스와 빗썸도 NFT 거래소를 런칭을 준비 중이다. 특히 업비트는 BTS 기획사 하이브와 함께 NFT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미국에 설립해 글로벌 NFT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집품과 인증서로 발을 넓힌 그라운드X의 NFT 사업과 콘텐츠·인증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양 내정자와 시너지를 일으킬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로 그라운드X는 비상장주식 투자확인서와 기부 참여 인증서 등 NFT를 바탕으로 증명서를 발급하는 서비스를 클립 초창기부터 제공해왔다.
그라운드X는 수집품 목적으로 발행된 'NFT 아트'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엔 카카오 AI(인공지능) 개발기업 카카오브레인의 인공지능 '민달리'가 그린 작품을 NFT로 만들어 무료 배포하는 등 콘텐츠 다각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오픈씨와 NFT 전시회를 계획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나설 전망이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경험을 쌓아온 양 내정자가 그라운드X의 신사업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NFT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그림을 넘어 음악, 영상 등 NFT 콘텐츠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그라운드X 입장에선 인증서와 콘텐츠 부문에서 다년간 경력을 쌓아온 수장을 통해 본격적인 NFT 사업 확장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