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주·고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갤럭시S22의 게임 성능을 강제로 저하하는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에 대한 공식 사과다. 수천 명 규모의 집단 소송까지 준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뢰도 회복이 가능할지 이목이 쏠린다.
"주주·고객께 심려 끼쳐 송구" 공식 사과
16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부회장은 GOS 논란 질문에 대해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객 여러분의 마음을 처음부터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GOS는 고성능 게임을 실행할 때 C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 등을 조절해 스마트폰 발열을 제어하는 어플리케이션(App, 앱)이다.
이날 한종희 부회장은 해당 기능에 대해 "게임들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해 스마트폰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의도로 기획했다"며 "고사양 게임은 장시간 일관성 있는 성능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게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는 적정 한도까지 CPU, GPU 성능을 제한해 발열을 최소화하고, 대신 일관성 있는 성능을 지속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 이후 모든 갤럭시 스마트폰 기종에 이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올해 출시한 갤럭시S22는 성능 제한이 과도하게 걸린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구글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 이후 GOS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외부 앱 설치까지 차단되면서 이달 초부터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주 GOS 성능 제한 완화 옵션과 GOS 우회 앱 설치를 허용하는 업데이트를 배포하고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날 한종희 사장은 "처음부터 최상의 성능을 원한다는 고객의 목소리가 많아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배포했다"며 "앞으로 고객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이러한 이슈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뿔난 주주…논란 사그라들까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가 사용할 수도 없는 성능을 갤럭시S 시리즈의 장점이라고 '과대광고'했다는 것이 소송의 골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가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총에서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이날 한 주주는 GOS 기능이 발열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기기 성능을 제한하는 만큼, GOS 기능을 사용자가 선택적으로 설치하게 되면 안전 이슈가 발생할 수 있지 않냐는 우려 섞인 질문도 내놨다.
이에 대해 한종희 사장은 "고객 VOC(고객불만사항) 개선을 위해 CPU와 GPU 성능 제한을 풀더라도 온도 제어 알고리즘으로 최적화해 안전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단말 정책을 변경하더라도 사용자 안전에는 문제 없도록 단말에 과부하 발열 방지 기능은 지속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GOS 논란으로 무너진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GOS 관련해 사죄를 했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제품이 많이 팔리는데 지장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갤럭시S22에 GOS가 의무적으로 탑재된 근본적인 원인이 삼성전자가 개발한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의 부진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애초 엑시노스 2200이 갤럭시 S22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낮은 수율로 유럽 시장 제품에만 탑재되면서 GOS를 의무화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즉 엑시노스에 대한 투자 부족이 GOS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은 "제품 출시는 시장과 고객 상황에 따라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수시로 변경된다"며 "회사 전략과 관계된 문제라 구체적으로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태문 사장 책임져라" 불만까지
GOS 논란은 사내이사 선임 안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날 주총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상정됐는데, 일부 주주는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냈다.
한 주주는 "노태문 사장은 현재 GOS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고, 삼성 팬들에게 합리적인 납득을 주지 못했다"며 "사내이사 인정을 반대하며, 여기 계신 주주분들도 현명한 표결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다른 주주도 "원가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 증대도 중요하지만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브랜드 가치 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며 "선을 넘는 행위는 비판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반하는 주주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 주주는 "업무에 있어 공과 실이 있으면 공에 대해 더 높은 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종희 사장도 "노태문 사장은 기술 리더십을 갖춘 모바일 사업 전문가로 갤럭시S 및 폴더블폰, 웨어러블·PC 개발과 성공을 이끌어 2014년 이후 최고의 성과를 이뤄낸 뛰어난 경영자"라며 "경쟁이 심화되는 모바일 시장에서 폴더블폰과 5G·AI 등을 융합한 새로운 모바일 경험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노태문 사장은 이날 97.96%의 찬성률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상정돼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