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GM)이 지난해 영업손실의 늪에서 나오질 못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빚은 데다 차 판매가 부진했던 결과다.
한국지엠은 2023년엔 턴어라운드(흑자전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 차종인 차세대 CUV(글로벌 크로스오버 차량)가 내년부터 창원 공장에 생산돼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 중이다. 다만 8년 적자 고리를 끊기 위해선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8년간 영업손실 3.7조
한국지엠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6조9739억원으로 전년대비 17.9% 감소했다. 국내 매출은 전년대비 23% 감소한 1조4979억원, 해외 매출은 전년대비 16.4% 감소한 5조476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영업손실은 376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1조865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8년째 적자다. 이 기간 동안 누적된 영업손실은 3조7754억원에 달한다.
계속된 적자에 결손금은 매년 불어나고 있다. 적자가 시작됐던 해인 2014년 이익잉여금은 3546억원이었지만 매년 당기순손실이 누적되면서 결손금이 4조5404억원이 쌓였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모두에게 덮친 큰 악재였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는데 비교적 수익성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가 생산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결국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지엠 역시 반도체 수급난이 실적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2018년 경영정상화 수립 이후 당기순손실이 2018년 8594억원, 2019년 3204억원, 2020년 2968억원, 2021년 1751억원으로 개선되고 있는 중"이라며 "만약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아니었더라면 순손실 폭을 훨씬 줄일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측은 2023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트레이블레이저가 수출을 견인하고 있고 내년엔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 차종인 차세대 CUV(글로벌 크로스오버 차량)가 창원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라며 "2023년엔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판매부진이 근본적 원인"
하지만 반도체 수급난보다 차량 판매 실적 악화가 매출과 영업손실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지엠의 자동차 판매 실적은 매년 감소 추세다. 2011년(80만8309대) 이후 매년 판매가 후진하며 10년 사이 판매량이 70.7% 줄었다. 한국지엠의 지난해 판매량은 23만7044대로 전년대비 35.7% 감소했다. 10년 사이 국내 점유율도 9%에서 3.2%로 떨어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문제는 글로벌 완성차 모두에게 덮쳤던 악재였는데 대부분이 이런 악조건에서도 흑자를 냈다"며 "한국지엠의 실적 부진의 근본적인 이유는 판매 부진에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점유율을 높이는게 우선이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차량을 출시해야 한다. 계속 가라앉는 내수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게 급선무"라며 "이와 동시에 수출 물량도 빠르게 확대해나가야 한다. GM 본사로부터 수출 전략 차종들을 배정받아야 하는데 한국지엠의 강성 노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M은 굉장히 냉정한 기업이다. 그동안 다른 해외공장 철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쌍용차 인수 문제로 지금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지엠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지엠이 (생존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R&D 센터는 3년 연속 흑자
한편 2019년 한국지엠에서 인적분할한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그룹 내 전문 연구 조직 중 하나로 GM 전기차인 볼트EV를 제작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의 수출 실적을 견인하는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작품이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6384억원으로 전년대비 32.6%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60억원으로 전년대비 33.3% 증가했다. 독립 이후, 역대 최고 실적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의 현재 인원은 3000여명으로 그중 500여명이 GM 전기차를 개발하는 인원"이라며 "2023년까지 이 인원을 1000여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향후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GM그룹 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