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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몰라도 프로그램 만드는 '노코드' 확산될까

  • 2022.05.05(목) 09:00

개발자 구인난 해결 장점에 보안 우려도

마우스로 원하는 기능의 아이콘을 끌어와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노코드'가 개발자 구인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에서 개발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비전문 개발인력이 프로그램 제작에 투입되는 '그림자 IT' 현상까지 생겨나자, 진입 장벽이 낮은 노코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코드란 말 그대로 복잡한 프로그램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 방식을 말한다. 이용자는 기존에 만들어둔 여러 기능을 조합해 코딩 과정 없이 앱(어플리케이션) 등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보안 등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기초 지식 없이 개발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소프트웨어 안정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우스만으로 문과생도 프로그램 개발

5일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코딩 없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노코드 개발팩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 앤 마켓'에 따르면 2020년 132억달러에 그쳤던 노코드 시장 규모는 2025년 455억달러로 연평균 28.1% 성장할 전망이다.

노코드는 파워포인트 화면에 원하는 도형과 글자를 넣어 슬라이드를 만들듯, 기존에 개발자가 만들어둔 기능들을 조합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개발 방식을 말한다. 마우스로 원하는 기능을 화면에 끌어오기만(드로그 앤 드롭) 하면 된다. 이용자는 코딩을 할 줄 몰라도 노코드 개발팩을 구매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최근엔 인공지능을 더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말하면 자동으로 개발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노코드의 장점은 컴퓨터의 역사에서 마우스의 등장에 비교할 수 있다. 지금은 마우스로 원하는 아이콘을 눌러 누구나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지만, 초창기 컴퓨터는 '천공카드'라 불리는 카드에 구멍을 뚫거나 키보드로 명령문을 일일이 입력해 조작해야 했다.

하지만 애플이 마우스를 탑재한 맥을 출시한 뒤로 누구나 컴퓨터를 쓸 수 있게 되었듯, 노코드 개발팩 역시 프로그램 개발 문턱을 대폭 낮출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실제로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노코드를 통해 누구나 앱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세상을 바꾸는 무브먼트"라고 평가했다.

개발자 인력난에 떠오르는 노코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보고서(디지털전환을 촉진하는 노코드와 RPA)에 따르면 노코드는 최근 개발자 인력 부족과 함께 떠오르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수요 증가는 전 세계적인 개발자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며 "숙련된 개발자가 부족해 개발자 몸값이 급상승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미국 노동통계국은 컴퓨터 관련 일자리가 2029년까지 약 53만개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컴퓨터 공학 전공생은 매년 4만7000명만 배출되고 있어, 퇴직자를 고려했을 때 개발직군 인력난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자 개발인력을 갖추지 못한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IT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그림자IT'현상까지 등장했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7년 미국 기업에서 그림자IT에 사용된 예산은 전체 IT 예산의 40~50%에 달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Core)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발자 인력난이 심해져 2021년 그림자IT에 쓰인 비용은 팬데믹 이전보다 59% 증가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노코드로 개발자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정규직 개발자를 고용해 코딩을 거쳐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보다 생산성이 최소 4배 높다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노코드 시장은 2020년 132억 달러 규모에서 2025년 455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28.1%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트너 역시 "노코드 개발은 2024년까지 모든 앱 개발의 65%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도 노코드 진출

해외 주요 기업에선 노코드 개발팩을 활발히 쏟아내고 있다. 영국의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딥마인드는 2월 이용자의 요구에 맞춰 프로그램을 만드는 '알파코드'를 선보였다. 구글은 자사의 '엑셀'격인 스프레드시트에 원하는 데이터를 넣고 몇 가지 설정을 더해 앱을 만들어주는 '앱시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MS 역시 일상에서 대화하듯 인공지능에게 개발을 주문할 수 있는 '파워앱스'를 출시했다.

국내에선 인공지능 개발 기업 업스테이지가 노코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패키지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스테이지는 이 같은 'AI팩'을 통해 "개발팀 없이도 기업이 OCR(문자인식)과 추천시스템, 제품검색 등 필요한 분야에서 AI를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는 "노코드는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장벽을 낮추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이전에는 별도의 직군으로 구별됐던 서비스 기획 같은 업무도 개발자의 역할로 점점 편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랫폼 종속·보안 우려도

하지만 노코드가 상용화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팩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동시에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노코드가 "보수적인 운영 요건과 엄격한 성능 요건이 있는 환경에서는 사용되기 어렵고, 도입기관이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8년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의 'AWS'에 서버 장애가 발생했을 때, AWS를 이용하는 쿠팡, 배달의민족, 업비트, 나이키 등 상당수 IT기업의 웹사이트와 앱에 접속이 불가능해져 이용자 불편이 심해진 바 있다.

충분한 개발 지식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개발에 참여하게 되면서 보안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연구소는 "노코드의 경우 최소한의 교육을 받지 않은 현업이 전문부서 검토나 승인 없이 사용하면서 비즈니스 로직 상 데이터를 노출하는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림자IT를 공식화할 목적으로 노코드를 도입하더라도, 전사 시스템 아키텍쳐와 보안 정책에 대한 검토와 교육·승인이 없으면 오히려 기술부채가 더 증가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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