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인공지능(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시 쓰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시집을 출간한다. 국내에서 AI 모델이 쓴 시가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오는 8일 시아의 첫번째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출간한다고 1일 밝혔다. 시아는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기반으로 시를 쓰는 AI 모델이다.
카카오브레인은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함께 이 모델을 개발했다. 시아는 1만3000여편의 시를 읽으며 작법을 익혔다. 주제어와 명령어를 입력하면 '시아'가 입력된 정보의 맥락을 이해하고 곧바로 시를 짓는다. 시 한편을 쓰는 데에는 1초 정도가 걸린다.
AI가 쓴 시집이 국내에서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지난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AI가 쓴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를 중국에서 출간한 바 있다.
AI 고도화를 판단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AI가 얼마나 사람같은 결과물을 내느냐 하는 것이다. AI가 시집까지 낼 수 있다는 것은 언어학습을 통해 그만큼 사람과 가장 유사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출간하는 시집에는 총 53편의 시가 들어있다. 디지털 연산을 위한 기계어 0과 1을 활용해 1부의 주제는 공(0), 2부의 주제는 일(1)로 선정했다. '영' 대신 '공'으로 표기한 것은 존재와 비존재, 의미와 무의미의 관계를 함께 담고자 하는 카카오브레인과 슬릿스코프의 의도가 담겨있다.
무의미·비존재(off)의 뜻을 담고 있는 공(0)은 슬릿스코프가 그동안의 작업 노트에서 나온 임의의 표현을 시상으로 제시해 생성된 시가 수록됐다. 의미·존재(on)의 뜻을 담고 있는 일(1)은 수학과 과학에 관한 주제를 시상으로 한 시가 담겼다.
카카오브레인은 시 쓰는 AI 외에도 지난해 그림 그리는 AI '민달리'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하기 위해 신약 개발사·병원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카카오브레인 김일두 대표는 "시집 출간을 통해 KoGPT의 무궁무진한 예술적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모델이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및 예술 분야에서의 접점을 지속 탐색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