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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지분 4.5% 판 두산… 유동비율 들여다보니

  • 2022.08.31(수) 17:14

두산, 현금성 자산 작년 말 대비 51% 감소
국내 계열사 지분 정리로 현금 7200억원 확보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두산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약 57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최근엔 두산이 보유한 계열사들의 주식을 두산에너빌리티에 넘기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요건을 만족하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이지만 두산은 이 과정에서 1500억원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이번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최근 감소 중인 두산의 현금 곳간도 다시 두둑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확보한 현금을 차입금 상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년 내 갚아할 돈, 현금화 자산보다 많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31일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2854만주(4.47%)를 블록딜 방식으로 시장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규모는 5722억원으로 주당 처분단가는 2만50원이다. 이는 전날 두산에너빌리티 종가(2만1700원)에서 7.6% 할인된 가격이다.

이번 매각으로 두산의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율은 35.14%에서 30.5%로 낮아졌다. 다만 여전히 두산에너빌리티의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은 유지한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본건 매각 이외에 추가적인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두산의 이번 주식 매각은 감소 추세에 진입한 현금성 자산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두산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856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5837억원) 51.1% 감소했다. 별도기준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76.8%로 적정선(100~200%)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1년 안에 상환해야할 부채가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많단 얘기다.

그렇다고 전체 재무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두산의 지난 2분기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77.6%를 기록했다. 작년말 대비 3.4%포인트(P) 상승했지만 여전히 적정수준(200%)을 크게 밑돌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매각 총액은 5722억 원으로 추산되며, 세무상 취득가 고려 시 두산은 세후 4894억 원을 확보할 전망"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지분 매각은 현금 흐름 관점에서 두산 NAV(순자산가치)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국내 계열사 지분도 매각

두산은 지난 30일엔 두산프라퍼티, 두산큐벡스 등 계열사 주식 일부를 두산에너빌리티에 넘겼다. 두산프라퍼티는 두산 계열사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비주거용 건물 임대업 기업이다. 두산큐벡스는 계열사 내 급여, 총무, 구매 등 사무 지원과 건물, 시설 등을 관리하고 있다. 

계열사 지분 정리의 주된 이유는 지주회사 요건을 채우기 위함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와 자회사는 국내 계열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지 못한다. 두산이 지난해 7월 지주회사로 전환됨에 따라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둘 중 한 곳은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한컴 등이 보유한 두산프라퍼티, 두산큐벡스의 주식도 전량 매입하면서 두 회사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주사 두산이 아닌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가 계열사 지분을 취득한 건 향후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내린 판단이란 설명이다.

두산 관계자는 "향후 사업성, 시너지 등을 고려했을 때 계열사들이 두산에너빌리티에 편입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번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1500억원(두산프라퍼티 727억원, 두산큐벡스 8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매각 대금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7249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두산의 현금성 자산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 매각 대금과 기존 현금성 자산을 합하면 1조원이 넘게 되면서다.

두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두산 계열사 지분으로 확보한 자금 역시 향후 차입금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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