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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2년반 만에 '기사회생' 신라젠이 준 교훈

  • 2022.10.14(금) 07:53

코스닥시장위, 신라젠 거래 재개 결정
"바이오 투자 문화 성숙하는 계기돼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2년 5개월 만에 신라젠의 주식 거래가 재개됐습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가 지난 12일 신라젠의 상장 유지를 결정하면서입니다. 앞서 신라젠은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5월부터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기업심사위원회는 2020년 11월 개선기간 1년을 부여했지만, 올해 1월 상장폐지를 의결한 바 있습니다. 이후 2월 시장위가 6개월의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서 신라젠은 다시 기회를 잡았습니다. ▷관련 기사: '기사회생' 신라젠, 2년 5개월 만에 거래 재개된다(10월 12일)

당시 시장위는 신라젠에 △연구개발(R&D) 임상 책임 임원 채용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투명경영·기술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했습니다. 신라젠은 상반기 기준 R&D 인력을 20명으로 늘리고 R&D 부문 임상책임자(CMO)를 채용했습니다. 지난 8월엔 김재경 전 랩지노믹스 창립자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등 경영진 전면 개편에 나섰고요. 기술위원회 설치, 파이프라인 확충 등 시장위의 개선 과제를 모두 이행했습니다.

바이오 업계에선 신규 후보물질 도입이 이번 거래 재개에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합니다. 신라젠은 지난달 20일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을 3억3500만달러(약 4700억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선급금(업프론트)은 1400만달러(약 200억원),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는 최대 3억2100만달러(약 4500억원)이었습니다.

BAL0891은 유사분열 관문 억제제(MCI)입니다. MCI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염색체의 비정상적인 분열을 유도하거나 분열을 아예 억제하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원리입니다. 1세대 화학항암제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과 달리, MCI는 암세포의 세포 주기를 방해합니다. 이에 따라 기존 치료제에서 나타났던 구역·구토·탈모 등 부작용도 줄어듭니다. 세포 분열 과정에 작용하는 인산화 효소*엔 TTK, PLK1, CENP-E 등이 있습니다.

*인산화 효소: 세포 안팎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BAL0891은 TTK와 PLK1을 억제해 세포 분열을 조절하는 항암제입니다. 여러 해외 바이오 기업이 TTK와 PLK1을 각각 억제하는 항암제를 개발 중이지만, TTK와 PLK1을 동시에 막는 기전은 BAL0891이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두 가지 인산화 효소를 저해함으로써 항암 효과가 커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또 신라젠은 개발에 성공하면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신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그만큼 어려운 기술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아직 TTK나 PLK1 저해제로 승인받은 항암제는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신라젠은 BAL0891 도입으로 단일 파이프라인 리스크에서 벗어났습니다. 거래 정지 전 신라젠이 보유했던 후보물질은 '펙사벡'뿐이었습니다. 펙사벡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신라젠의 기업가치는 10조원까지 뛰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간암 임상3상 무산되면서 회사는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죠. 시장위 역시 단일 파이프라인 구조 탈피를 개선 기간의 핵심 과제로 꼽았는데요. 신라젠은 BAL0891 외에도 펙사벡·면역항암제 병용 임상2상,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전임상 등을 진행 중입니다.

신라젠 거래 재개의 의미는 큽니다. 신라젠은 1세대 바이오 기업이자 코스닥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기업입니다. 기업가치뿐만 아니라 바이오 산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거래 재개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점은 인정할 만합니다. 신약 개발은 실패의 확률이 더 큰 영역입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신라젠의 기사회생은 다른 바이오 기업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고요. 업계에선 이번 거래 재개로 얼어붙은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바이오 투자 문화가 한층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바이오 업종은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가장 뜨거운 분야였습니다. 그러나 바이오 기업과 연구 과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투자했던 주주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팬데믹 기간 '바이오주는 무조건 오른다'는 분위기가 퍼졌죠. 사실 신라젠 사태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찾아봤다면 신약 후보물질 하나만 내세운 기업의 불확실성 정도는 인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바이오 기업의 임상 실패, 기술이전(L/O) 반환 등의 소식이 이어지면서 '묻지마' 투자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뀐 모습입니다. 거래소도 바이오 투자의 걸림돌로 꼽혔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내놨고요. 다만 최근 만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거래소가 투자에 대한 책임까지 질 순 없다"며 "바이오 기업에 대해 잘 모르면 투자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신라젠 거래 재개를 통해 '바이오 투자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중요한 교훈을 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곱씹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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