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SK네트웍스의 '렌탈' 자회사 희비가 갈렸다. SK렌터카가 고른 성과를 지속하며 성장 축 역할을 공고히 했다면, SK매직은 가전 시장 불황 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가전 시장 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SK매직의 수익성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SK매직은 가전 사업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 확대를 통해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희비 갈린 렌탈 사업
SK네트웍스의 3분기 연결 매출은 2조4765억원, 영업이익은 4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14.6%씩 각각 감소한 수준이다.
매출 감소에는 글로벌 부문의 철강사업 중단 영향이 컸다. 글로벌 부문 3분기 매출은 48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2% 줄었다. 전통 사업인 정보통신 부문도 국내 신규 휴대폰 판매 감소 추세에 따라 지난해 같은 기간(1조2029억원) 대비 3.1% 줄어든 1조165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100% 자회사 SK매직의 영업이익 하락은 SK네트웍스 수익성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SK매직의 올 3분기 매출은 26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7.1% 급감한 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3분기 8.4%에서 올 3분기 2%까지 떨어졌다.
실적 부진은 가전시장 경쟁 심화와 IT 시스템 개발에 따른 일회성 비용 때문이다. SK매직 관계자는 "운영, 재고관리 등 모든 전산 측면에서 IT 시스템 첨단화를 진행해 관련 비용이 7월부터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주에서 국내 최대 규모 단기렌터카 지점을 운영하는 SK렌터카는 렌탈 사업 호조와 중고차 매각 이익 증가로 호실적을 냈다. 올 3분기 SK렌터카 매출은 50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0.4% 늘어난 466억원이었다. 전 사업부문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내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시장 침체 계속되는데…탈출구는
가전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SK매직의 4분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가전 구매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렌탈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다만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렌탈 사업의 특성상 한 번 계약하면 해약하기까지 기간이 있기 때문에 누적 계정 수를 유지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SK매직의 누적 계정 수는 올 3분기말 기준 237만대로 증가 추세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렌탈 계정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광고비 집행이 감소하는 구간에서 일회성 요인이 제거되면 4분기 다시 정상적인 이익으로 회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SK매직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SK매직은 올해 가전 렌탈기업을 넘어 생활구독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전 제품을 넘어 커피 원두, 밀키트 등까지 렌탈 품목을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매트리스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이달에는 매트리스 클리닝 서비스도 시작했다. 자사 제품뿐 아니라 타사 제품에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 청소기와 달리 초미세먼지까지 차단하는 물필터를 이용한 '하일라 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청소 중 발생하는 공기 오염을 방지하고, 흡입한 진드기와 먼지 내 세균 등을 분해해 준다.
SK매직 관계자는 "매트리스 사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며 "제품 출시를 넘어 타사 제품까지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사업을 꾸준히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시장 수요가 확실하지 않은 제품은 출시 시점을 조정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식물재배기다. 당초 SK매직은 연내 식물재배기를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출시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전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식물재배기의 경우 아직 시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지금 출시할 경우 위험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