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가 지난해 자회사 SK렌터카의 호조와 호텔 사업 손실축소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가전 렌탈 사업인 SK매직과 스마트폰 판매 사업은 주춤했다. SK네트웍스는 기존 사업들의 수익성 개선과 동시에 전기차 충전 사업 등 신사업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렌터카·워커힐 웃고, 매직·스마트폰 울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조6664억원, 영업이익 1543억원을 올렸다고 10일 공시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2.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26.5% 늘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1.1%에서 1.6%로 올랐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전년동기 대비 약 55.5% 성장한 331억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 기간 매출은 2조5455억원이었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실적 호조와 워커힐 부문 손실을 줄이면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을 개선했다"고 분석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SK렌터카와 차량 정비사업 스피드메이트를 포함한 카라이프(Car life) 부문이 지난해 영업이익 157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1335억원)보다 18.1%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5.1% 늘어난 278억원이다.
실적 호조는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신차 출고 대기기간이 늘자 장기렌터카를 선택한 소비자들이 증가한 탓이다. 스피드메이트도 수입차 부품사업 활성화, 방문 정비 증가를 통해 실적을 개선했다.
워커힐 부문은 2021년 영업손실 310억원에서 지난해 8억원을 대폭 줄였다. 지난해 3분기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며 호텔 사업이 수익성을 높였다. 작년 4분기도 연말 호텔 투숙객이 늘면서 15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SK네트웍스는 호텔과 단기렌터카 사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달부터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여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오는 11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국내 관광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졌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행 수요가 늘면서 관련 사업 실적이 개선됐다"면서 "올해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워커힐 호텔 등 여행 관련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의 전통 사업인 글로벌(상사) 부문도 지난해 영업이익 66억원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 기간 매출은 1조8113억원으로 전년보다 31.8% 줄었다. 지난해 철강 사업을 중단하며 매출이 감소했지만, 화학제품 판매량이 늘면서 이익은 늘었다.
지난해 부진에 빠진 사업도 있다. SK매직과 정보통신 사업 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를 맞았다. SK매직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3% 감소한 632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단말기 판매 사업을 하는 정보통신 부문 영업이익도 4.3% 감소한 619억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전과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종합 투자회사로 거듭난다
SK네트웍스는 기존 종합상사에서 벗어나 투자회사로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적극적인 신규사업 발굴과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SK네트웍스가 발굴한 새로운 먹거리는 전기차 충전 사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민간 1위 급속충전기 업체인 '에스에스차저'의 지분 50.1%를 확보했다. 그해 1월엔 전기차 완속 충전기 업체 '에버온'에 1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SK네트웍스는 향후 전기차 충전과 렌터카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SK렌터카는 2030년까지 제주지역 단기 렌터카를 전부 전기차로 구성하겠다는 목표로 전기차 전환이 한창이다. 현재 전체 렌터카 수의 40% 수준인 1200대 정도를 전기차로 교체한 상태다.
또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 '마이코웍스', '사반토', '엘비스' 등과 투자 제휴를 맺었다. 이외에도 이 회사는 블록체인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블록오디세이', '컴투버스'와도 협력 관계를 강화했다.
현재 SK네트웍스의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건 이호정 SK네트웍스 총괄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최성환 사업총괄과 함께 투자와 신사업을 이끌었다. 올해부터는 이 총괄사장 단독 체제로 전환됐다. 투자회사로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회사 내부 구조를 단순화하고,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보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 총괄사장은 "회사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명확히 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로의 전환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시장의 지지와 신뢰를 확보하면서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