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별에서 운항거리(마일)로 변경합니다"
대한항공이 올 4월 예약부터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를 시행한다. 특징은 운항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가 소진된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단거리는 이득, 장거리는 부담이 늘어난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마일리지 사용처를 확대하고 부채를 줄이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마일리지는 사용 전까지 부채(이연수익)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운항거리에 따라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를 공제키로 했다. 운항거리 분류는 기존 국내선 1개과 국제선 4개(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에서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세분화한다.
같은 미국이라도 서부지역인 LA보다 동부지역인 뉴욕, 보스턴 노선의 마일리지가 더 차감되는 구조다. 좌석 등급에 따라 1만~5만5000마일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단거리 마일리지 공제율은 내려간다. 기존 대비 2500~5000마일 가량 아낄 수 있다. 예를들어 인천~후쿠오카 노선 보너스 항공권은 현재 1만5000마일 공제에서 1만마일 공제로 줄어든다.
두 구간 이상 결합된 여정에서는 구간별 공제 마일리지를 각각 적용한다.
이연수익 2조원 넘어
당초 대한항공은 2021년 4월부터 이 같은 마일리지 개편안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객기 운항이 어렵게 되자 유예했다. 그 사이 2조원이 넘는 잔여 마일리지가 남았고, 고스란히 이연수익으로 떠안게 됐다. 지난 2년간 각종 굿즈를 선보이며 마일리지 소진을 부추겼지만 역부족이었다.
연내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목표인 대한항공으로서는 부채를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대로 아시아나항공(지난해 3분기 기준 이연수익 9338억원)을 인수하면 대한항공 이연수익은 3조원에 달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 사용처만을 확대하는 중이다.
업계는 올해 6월이면 여객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만큼 마일리지 소진량도 많아질 것이란 게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화물기 16대 중 14대를 여객기로 개조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장거리를 많이 띄울수록 마일리지 소진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 진통도 예상된다. 해외 출장이 잦은 소비자들은 "장거리를 편하게 가려고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편되면 단거리 이용객만 이득인 것 아니냐"고 토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