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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와 SK온, '묘한 균열'에 담긴 의미

  • 2023.02.18(토) 07:10

[워치인더스토리]
SK온, 포드와 협력 균열 생기는 듯
수익성 악화·해외공장 백지화…수율 발목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희비 엇갈린 실적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서입니다. 전기차에 배터리는 핵심입니다. 배터리 없는 전기차는 '앙꼬 빠진 찐빵'입니다. 그러다 보니 배터리 업체들에게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국내 대표 배터리 업체는 총 세 곳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앞서가고 있고 삼성SDI와 SK온이 그 뒤를 쫓고 있는 형국입니다.

최근 이들 업체들이 작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예상대로 실적은 좋았습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의 작년 매출액은 모두 전년 대비 늘어났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3.4%, 삼성SDI는 48.5% 증가했고 SK온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매출액이 증가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여기까지만 보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모두 선전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경우 모두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습니다. 반면 SK온은 991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적자폭을 더욱 키웠습니다. SK온의 실적 부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과 섬성SDI에 비해 후발주자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 실적 부진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최근 배터리 산업이 워낙 큰 관심을 받다 보니 SK온의 부진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경향도 있습니다. 사실 상대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일찍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모두 거쳐갔던 구간이기도 합니다. 배터리 사업은 시간이 필요한 사업입니다.

수주량 많던 포드와 균열?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SK온이 계속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것은 비단 수익성 악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SK온을 둘러싼 여러 환경들이 그다지 SK온에 유리하지 않습니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판국에 주변 환경까지 도와주지 않으니 SK온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입니다. SK온의 현재 상황 탓에 SK온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SK온을 둘러싼 불안 요소의 시작은 끈끈한 동맹이었던 미국 포드와의 균열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SK온과 포드와의 관계는 돈독했습니다. 현재도 미국 테네시와 켄터키에 포드와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43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3기를 건립 중입니다. 심지어 SK온의 배터리 수주 잔고 40% 이상이 포드 물량일 만큼 둘 사이는 공고했습니다.

포드 F-150 라이트닝 / 사진=포드 홈페이지

하지만 최근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포드와 SK온의 튀르키예 합작 공장 백지화입니다. 당초 SK온은 튀르키예의 코치그룹, 포드와 튀르키예에 최대 4조원 규모의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키로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들 3개 업체는 상호 합의 하에 백지화하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포드는 새 협력사로 LG에너지솔루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포드가 주력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습니다. 포드는 F-150 라이트닝 생산 잠정 중단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배터리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F-150 라이트닝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SK온이 생산한 배터리입니다. 이 탓에 업계 등에서는 SK온의 배터리 품질에 문제가 있어 포드가 생산을 중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답답한 SK온

결정적인 카운터펀치는 따로 있었습니다. 포드가 미국 미시간에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의  CATL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는 점입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격일까요. 공교롭게도 SK온과 포드 사이의 균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시기에 포드가 CATL의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 상황은 여러모로 SK온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SK온이 대응하고는 있지만 SK온과 포드의 균열로 바라보는 시선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입니다. SK온은 튀르키예 공장 설립 백지화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수율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정준용 SK온 아메리카법인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수율 문제라는 지적은 오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SK온은 포드의 F-150 라이트닝 생산 잠정 중단에 대해서도 “원천 기술 문제는 아니며 포드와 개선 방안을 협의해 조만간 생산을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잇따라 터지고 있는 악재에 SK온도 속 시원한 답변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업계에서도 SK온에 대해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포드와의 관계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여기에 SK온은 현재 자금 수혈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당초 작년 프리 IPO를 통해 약 4조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8000억원 규모를 유치하는 데 그쳤습니다. 결국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나서 2조원을 투입해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투입돼야 할 자금 수요가 많습니다. 향후 추가로 투자를 유치해 모자란 자금을 수혈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글로벌 자금 시장이 경색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결국 해결책은 '수율 안정화'

SK온에 악재가 터질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수율입니다. 수율은 전체 생산품 중 양품의 비율을 말합니다. 100개를 생산해 불량품이 10개라면 수율은 90%입니다. 통상적으로 배터리 업계에서 안정적은 수율은 90% 이상을 기준으로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율은 95%, 삼성SDI의 경우 90% 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K온의 경우 수율이 90%에는 도달했지만 아직 안정화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배터리 업계에서 수율을 곧 생명입니다. 수율이 높을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실적도 좋아집니다. 그만큼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니까요. SK온의 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경쟁업체들에 비해 배터리 사업 진출이 늦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배터리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도 5년 전 현재의 SK온과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SK온 전기차 배터리 / 사진=SK온 홈페이지

통상적으로 해외 배터리 공장의 경우 수율을 정상화하는데 2년 가량 걸립니다. 이 기간 동안 공정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인력 수급도 필수입니다. SK온의 수율이 낮은 것은 기술 탓이 아닌 인력 수급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배터리 공장에서 숙련도 높은 인력은 핵심 조건입니다. 하지만 SK온의 해외 공장에 경우 숙련된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율이 낮아져 SK온의 성장에 방해가 되고 있는 겁니다. 포드와 균열이 생긴 것도 결국 수율 탓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보다 양질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싶을 겁니다. 그래야 커지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으니까요. SK온은 현재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터널을 빠져나올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는 SK온이 언제쯤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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