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전기차와 전기차 충돌'…벤츠의 세계 최초 테스트 결과는

  • 2024.05.22(수) 16:02

EQS-EQA 오버랩 50% 정면 충돌
전면부 변형 존 외에는 손상 없어
매년 900번 달하는 충돌 테스트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 두 대로 충돌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에 투입된 차량은 벤츠 중 가장 큰 EQS와 가장 작은 EQA다. EQS와 EQA는 각각 시속 56km 달리다 50% 전면부 오버랩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영상 갈무리

'EQS와 EQA가 서로를 마주한 채 시속 56km로 질주한다. 미처 방향을 틀지 못한 두 차는 그대로 충돌한다. 그 즉시 두 모델 전면부가 찌그러졌다. 전기차다 보니 화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연기 하나 피어오르지 않았다. 실내는 온전했고 차량 문은 정상적으로 열렸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두 대로 충돌 테스트를 진행했다. 업계에서 처음으로 하는 시도다. 통상 충돌 테스트라 하면 벽면에 자동차를 부딪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에어백이 터지는 등 안전 관련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형식적인 테스트라는 한계가 있다. 

운전자들이 보다 걱정하는 건 전기차끼리의 사고다. 전기차 판매 규모가 커질수록 전기차끼리 충돌하는 사고 빈도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전기차끼리의 사고가 더욱 위험한 건 대용량 배터리 때문이다. 만약 충돌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 현상으로 진압이 어렵다. 진화에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최근 사고 후 문이 열리지 않는 등의 문제도 발생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벤츠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에 다른 기준을 두고 차량 안전성을 테스트하진 않지만,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를 탑재하는 만큼 기존보다 엄격한 테스트가 필요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에서 충돌 테스트 차량을 한국으로 옮겨왔다. 벤츠가 전기차끼리의 충돌 테스트 결과를 언론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이번 전기차 간 충돌 테스트를 담당한 율리아 힌너스 엔지니어는 "전기차와 전기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건 실제 사고에서 가장 치명적"이라면서 "전기차가 나무에 충돌할 경우, 전복될 경우 등 다양한 시나리오로도 테스트를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벤츠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은 60년 업력에 숨어있다. 벤츠는 이 기간동안 안전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안전'을 브랜드 주요 가치로 새긴 것도 이때부터다. 나아가 업계 최초로 사고 조사 부서도 설립했다. 55년째 운영 중인 이 부서에서는 각국 시도정부와 협력해 사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 안전 테스트를 강화해 오고 있다.

2016년부터는 독일 진델핑겐에 위치한 벤츠 자동차 안전 기술 센터에서 충돌 테스트를 해오고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안전 센터다. 세계에서 가장 최첨단인 시설로 손꼽히기도 한다. 8000㎡ 이상의 넓은 공간에 3개의 충돌 레인이 위치한다. 연간 900건 이상의 충돌 테스트와 1700건의 슬레드 테스트가 시행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시행한 차량 전면 50% 오버랩 등의 테스트 시나리오는 추월실패와 같은 흔한 사고 유형에 속한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유튜브 갈무리

이번 전기차 간 정면충돌 테스트는 벤츠의 안전 역량을 재점검하는 수순이기도 하다. 전면부 외에는 변형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배터리를 둘러싸고 있는 크럼플 존부터는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정면충돌이 감지되는 순간 에어백이 터진 운전대는 앞쪽으로 이동했다. 운전자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측면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커튼형 에어백도 나왔다. 하이퍼 디스플레이 손상은 없었다. 

가장 중요한 탈출 경로도 확보됐다. 자동 도어 잠금 해제 기능이 작동하면서 곧바로 문이 열렸다. 외부에서도 문을 열 수 있게 손잡이가 위로 나오기도 했다. 벤츠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얇은 신용카드 등을 넣어 문을 열 수 있도록 해두기도 했다. 고전압 시스템 전원은 충돌 중 자동으로 꺼졌다. 벤츠는 이런 기능을 모든 차종에 적용했다.

EQS와 EQA 출동 테스트 직후 실내를 점검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는 사고 후에도 배터리와 고전압 부품이 온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유튜브 갈무리

업계에 따르면 벤츠가 처음 전기차를 출시한 2019년 이후 현재까지 벤츠 관련 배터리 사고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벤츠는 '무사고 주행' 기록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마르쿠스 쉐퍼 벤츠 최고기술책임자는 "2050년까지 벤츠 관련 사고를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