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중인 고려아연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경영권 방어 카드를 꺼냈다. 2조5009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카드다. 공개매수 직후에도 의결권 경쟁에서 밀렸던 고려아연 측은 이번 증자에서 3%를 넘지 못하게 청약 한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지분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아무도 예상못했던 증자 카드
30일 고려아연은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증자를 승인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자사주 활용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이사 전원이 찬성했다.
증자 규모는 373만2650주로, 현재 발행된 주식의 20%에 달하는 신주가 발행된다. 예정 발행가는 주당 67만원으로, 총 2조5009억원어치다. 이 자금은 △채무상환 2조3000억원 △시설자금 1351억원 △타법인 취득자금 658억원 등에 쓰인다. 청약 예정일은 우리사주조합이 오는 12월 3일, 일반공모는 12월 3~4일이다.
예정 발행가는 지난 22~24일 가중산술평균주가에 할인율 30%를 적용했다. 최종 발행가는 일반공모 청약일(12월3일) 전인 오는 11월 25~27일의 주가를 기반으로 산정될 예정이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108만1000원으로, 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 우려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발행가가 확정되는 다음달 말에는 주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증자는 일반공모 방식으로, 누구나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우선 우리사주조합에 신주 20%를 배정하고, 나머지 80%는 일반공모한다. 누구나 증자에 참여할 수 있지만, 청약 한도는 있다.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는 모집주식의 3%(11만1979주) 내에서만 배정한다.
우호세력 많은 고려아연, 청약한도 '묘수'
고려아연 경영진 입장에선 증자 청약 한도는 묘수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 등 특수관계자 외에도 현대차·한화·LG화학 등이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우호세력이 특수관계자로 분류되지 않는 만큼 이번 증자에 개별적으로 참여할 경우 지분은 확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우리사주조합 지분도 더해지게 된다. 우호세력의 증자 참여에 따라 10%가 넘는 지분도 확보 가능해진 셈이다.
반면 영풍·MBK 연합은 허를 찔렸다. 특수관계인으로 묶인 영풍·MBK 연합은 이번 증자에서 최대 3%만 신주를 받게 된다. 새로운 우군을 구하지 않는 이상 그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대로 유상증자가 진행된다면 지분이 역전될 수도 있다. 최근 공개매수를 반영한 고려아연 지분 구조를 보면 영풍·MBK 연합 38%대, 최 회장 등 일가와 우호세력 합산 35%대였다. 고려아연의 우호세력 등의 참여도에 따라 최 회장 일가가 앞설 수도 있는 것이다.
영풍·MBK 연합은 유상증자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영풍·MBK 연합은 "유상증자 공모가 67만원은 현재시점의 예상가격일 뿐"이라며 "12월 초 기준주가에서 30%나 할인된 금액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지게 되면, 남은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더욱 희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