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해 가족 단위 동남아 여행을 계획했던 A씨는 최근 여행지를 국내로 변경했다. 국내에서도 여객기를 타고 가는 제주도는 제외했다. 지난 29일 발생한 사고로 여객기 탑승이 꺼려진다는 이유다.
아직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건 아니지만 LCC들은 최소 정비시간만 채우기 급급하고 다소 높은 여객기 일평균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자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A씨가 동남아 여행 커뮤니티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리자 "저는 배 타고 제주도 가려 한다", "동남아 여행을 취소하고 내륙 여행을 준비하는 게 맞다", "제주항공이 아닌 다른 LCC를 이용할 예정인데 솔직히 불안해 가족끼리 취소할지 말지 결정하는 중"이라는 등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제주항공, 참사 하루 만에 6.8만건 취소…사고 기종 투입 문의도 잇달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여파가 국내 LCC업계 전반으로 퍼질지 주목되고 있다. 제주항공 외 다른 LCC 항공권 취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진 않지만 조짐은 보이고 있다.
LCC업계 관계자는 31일 "사고 이후 현재까지 수치상 큰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사고 여파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숙연한 분위기 속 조심스럽게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1~2월 운항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객센터로 취소 수수료 등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참사 이후 약 24시간 동안 항공권 예약 취소가 6만8000건 정도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취소 건수는 추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인 신뢰 하락도 LCC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항공편 취소는 아직 많지 않지만 주로 운용하는 기종이 이번 사고 기종과 같다는 이유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고객들은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 기종은 B737-800이다. LCC 각 사가 보유한 총 여객기 중 절반 이상이 해당 기종이다. 주로 동남아와 일본 노선에 투입하는데 제주항공이 39개로 가장 많이 보유 중이다. 이어 티웨이항공이 27대, 진에어는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과 대한항공이 각각 4대와 2대 갖고 있다.
국내 LCC 관계자는 "기종 때문에 일어난 사고는 아니지만 하루 수차례 여객기 기종을 물어보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B737-800 기종은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다음달 3일까지 특별점검이 이뤄진다. 항공기 엔진, 랜딩기어 등 주요계통의 정비이력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진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를 계기로 안전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강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LCC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형 항공사보다 많은 국제선 수송 실적을 자랑하고 있었다. 올해 1~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해외를 오간 탑승객은 2688만4882명이었는데, 같은 기간 국내 LCC 이용객은 이보다 많은 2861만1129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