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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홈플 인수 후 4조 자산 매각…고려아연도 쪼개팔기?

  • 2025.03.05(수) 15:29

운영자금 부족으로 건물과 토지 팔아 현금 마련
경영 실패로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 재조명
MBK "투자금 회수 목적의 점포 매각 없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후 자산 매각을 통해 4조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재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고려아연 역시 인수 후 쪼개팔기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홈플러스는 2015년 말 MBK에 인수된 후 운영자금 부족 등으로 건물과 토지 등을 팔아 4조원이 넘는 현금을 마련했다. 매각 자산에는 점포뿐 아니라 여러 투자 부동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비즈워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홈플러스를 경영하기 시작한 2016회계연도(2016년3월~2017년2월)부터 2023회계연도(2023년3월~2024년2월)까지 유형자산과 매각예정자산, 투자부동산을 처분해 확보한 현금은 총 4조113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처분액 기준으로 가장 많이 매각한 자산은 유형자산이다. 점포와 점포가 들어선 토지, 점포 내 영업기구 등을 매각해 9년여간 3조4000억원을 확보했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에 7081억원을 투자한 점을 고려해도, 유형자산 매매로만 2조원이 넘는 현금을 얻었다. 

대규모 유형자산 처분과 그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투자는 고스란히 홈플러스의 정체로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2014년 382조원에서 2023년 509조원으로 33% 넘게 증가했지만 홈플러스의 2023회계연도 매출액은 6조9314억원으로 MBK 인수 직후인 2016회계연도 매출액 6조6067억원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익성과 재무구조다. 최근 3개 회계연도 모두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력 개선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대규모 금융비용으로 영업외에서도 비용 부담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663.9%, 944.0%, 3211.7%로 급증했다. 이는 신용평가사들이 등급하락을 결정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로 채권 등이 유예돼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현금 창출력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MBK도 기업회생절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영 실패로 업계에서는 MBK가 추진 중인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 자산 쪼개 팔기와 기술 유출, 이로 인한 심각한 산업 경쟁력 훼손 등에 대한 우려다.

실제 MBK가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할당시에도 점포 등 핵심 자산 쪼개 팔기와 구조조정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에 대해 김광일 당시 MBK 대표는 "홈플러스 직원들의 현재 고용 조건과 단체교섭 동의를 존중하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며 "이해관계자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의 경영 공식 중 하나가 '자산 효율화'인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과연 지속가능하면서 효과적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MBK의 경영 능력에 믿음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홈플러스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신용등급 하락은 기업 재무 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됐음을 의미하며 핵심 원인은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던 점포 매각 전략"이라며 "이를 통한 일시적 자금 확보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K는 "홈플러스 경영 목적을 위해 진행한 자산유동화와 폐점은 피치 못할 전략적 선택으로 점포 매각이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사용된 바는 없다"며 "홈플러스 투자 이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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