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규모가 4조3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한다. 대형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중형사 NH농협증권이 한 배를 타게 됐다. 우리투자증권은 NH농협증권과 함께, 빅(big)3 경쟁을 펼치던 KDB대우증권·삼성증권을 제치고 독보적 1위 자리를 굳히게 됐다.
24일 우리금융그룹은 사외이사 간담회를 열고 우리투자증권·우리자산운용·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으로 NH농협금융을 선정했다. 앞으로 NH농협금융은 NH농협증권(76.09%)과 우리투자증권(37.9%)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자산(29조7695억원) 규모로 업계 1위, 자본총계(3조4589억원)는 2위다. 여기에 NH농협증권 자본(8782억원)까지 더하게 되면, 자본 규모에서도 대우증권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선다. 자본 4조3000억원, 자산 36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 역사적으론 지난 2005년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이 합병된 우리투자증권에 NH농협증권까지 총 3개의 DNA가 흐르게 된다.
특히 IB분야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IB 업무의 전통적 강자인 우리투자증권이 구조화금융 부문에 강한 NH농협증권이라는 날개를 달게 됐다. 우리투자증권은 IB 수수료가 2011년 707억원에서 작년 403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업계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NH농협증권은 작년 IB 수수료로 369억원의 영업수익을 내며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NH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 NH농협금융이 인수하게 되는 우리투자증권 지분은 37.9%이다. 이를 앞으로 50%까지 높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자회사에 대한 장악력, 향후 배당 수익 등을 고려해서다. NH농협증권과 합병해도, 지분율은 40~46% 수준에 머문다. 우리금융지주도 2005년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 합병 직후 33.7% 였던 지분율을 37.9%까지 끌어 올렸다.
정길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지주사가 노리는 인수 효과는 수익성보다는 ‘비이자 이익’의 다각화”라며 “50%이상 지분을 확보하고 싶은 욕구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가 지분 인수 방식은 장내에서 직접 매입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유상증자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5%가 넘는 한국거래소 지분은 매각해야 한다. 우리투자증권은 거래소 지분 4.64%를 갖고 있다. 여기에 NH농협증권이 소유한 2.86%를 더하면, 단일 회사가 거래소 지분을 5%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는 규정에 걸린다. 우리증권과 합병뒤인 2006년에도 우리투자증권은 거래소 지분 1.64%를 자사주 형태로 거래소에 매각했다. 거래소가 상장하게 되면, 당시 주당 매각가인 6만6000원보다 많은 차익은 돌려받기로 했다. 앞으로 거래소의 상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거래소 지분을 보유한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증권은...
NH농협금융은 농협은행·농협생명보험·NH농협증권 등 7개 법인을 둔 국내 5대 금융지주사다. 지난 9월 기준 총자산은 255조원. 지난 2006년 세종증권을 1100억원에 인수하며, 증권계에 발을 들였다. NH농협증권(자본총계 8792억원)은 중위권 증권사다. 주식 수탁수수료 시장점유율이 1%에 머물고,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도 한해 80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업공개, DCM(채권부문) 등 기업금융(IB)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 인수·주선 수수료로 369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31개 지점과 887명의 임직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