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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천억 썼지만'.. 현대엘리, 올해부터 4400억 '쓰나미'

  • 2014.01.24(금) 14:26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위한 파생상품 손실 '눈덩이'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쓴 돈이 2000억원이 넘어섰다. 재무적 투자자(FI)와 맺은 파생상품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파생상품 만기가 몰려 있는 2014년부터다. 올해에만 3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7일 교보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에게 총 260억원의 주식스왑계약 만기 대금을 지급했다. 작년 1월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두 증권사와 현대상선 191만2681주에 대해 주식스왑계약을 맺었다. 일 년 간 우호세력으로 주식을 보유하면 연간 5.39%의 이자를 매분기 지급하고, 현대상선 주가가 일 년 전보다 떨어지면 그 손실은 현대엘리베이터가 100%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지난 7일 현대상선 주가는 1만3050원으로 일 년 전(2만2600원)보다 42% 떨어졌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현대엘리베이터가 떠 앉았다. 앞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두 증권사가 보유했던 현대상선 191만주를 직접 매입하던지, 또 다른 파생계약을 맺던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일 년 전에도 현대엘리베이터는 주식스왑계약 만기 정산금으로 NH농협증권과 대신증권에게 각각 480억원, 174억원을 지불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3년부터 일 년간 주식스왑계약 만기 정산 대금으로만 914억원을 쓴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FI와 맺은 현대상선 주식 관련 파생상품계약. 현대상선 주가가 만기까지 기준가 밑으로 떨어지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손실을 보전해야한다. 지난 23일 현대상선 주가는 1만1600원.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6년부터 케이프 포춘(Cape Fortune), 넥스젠 캐피털(Nexgen Capital), NH농협증권 등과 파생상품계약을 맺고 있다. 2006년은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을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때다. 지분 경쟁에서 밀리던 현대그룹은 FI를 동원해 우호세력을 확보했다. 또 2011년 현대증권 유상증자 때도 실권주에 대해 FI를 동원했다. 하지만 그 대가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손실은 매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07년(66억원), 08년(313억원), 09년(17억원), 10년(47억원), 11년(265억원), 12년(306억원), 13년 3분기(108억원) 등 총 1122억원에 이른다. 파생상품 거래손실은 ’평가손실’과 달리, 실제 현금 유출이 발생한 거래다.

문제는 만기가 돌아오는 앞으로다. 넥스젠 캐피털과의 주식스왑계약 만기는 올해 4월부터 내년 5월까지 차례로 돌아온다. 케이프 포춘과 맺은 주식옵션계약 만기는 올 12월31일이다. NH농협증권의 주식스왑계약 만기도 올 6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이어진다. 또 대우조선해양, 마켓밴티지(Market Vantage)와 맺은 풋옵션계약 만기도 올 12월이다. 파생상품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주식파생상품 손실로 4421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종 만기가 몰려있는 올해에 당장 필요한 돈이 2000억~3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보유 중인 현금·현금성자산(1950억원)과 FI에 맡겨둔 현금담보(2056억원)을 통해 정산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1만1000원대인 현대상선 주가가 앞으로 오르면 손실은 줄어들고, 기준가 이상이 되면 이익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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