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의 진화는 K-OTC에 그친 것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K-OTC의 2부 시장 격인 K-OTCBB를 출범시켰다. K-OTC보다 더 문턱을 낮춰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비상장 주식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한 것이다.
이제 출범한지 한달 남짓이지만 출발도 비교적 순조롭다. K-OTCBB의 형님 격인 K-OTC 연착륙에 성공한데 이어 장외시장 성장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2부 장외시장 뭐가 다를까
그동안 장외시장 역시 거래되는 주식들은 소위 어느정도의 '급'을 갖춰야 했다. 비상장 주식 매매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매물을 가진 쪽을 찾기도 어려웠고 결제과정이나 가격결정이 성에 차지 않을 때도 많았다.
KOTCBB는 이처럼 장외주식 거래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았던 투자자들이 더 쉽게 시장을 드나들 수 있게 하기 위해 K-OCT에서 요구됐던 최소한의 규제보다 문턱을 훨씬 더 낮췄다.
공시 의무를 아예 부여하지 않고 최소한의 재무 요건이나 '적정' 감사의견 없이 주식유통을 위한 기본 요건만 갖추면 거래가 가능하다. 주식 유통을 위해서는 통일규격증권으로 발행되면서 명의개서대행계약이 체결되고 정관상 주식양도 제한이 없으면 된다.
▲ K-OTCBB의 매매체결 과정(출처:금투협) |
K-OTCBB는 모든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유가증권이나 코스닥, 코넥스는 물론 K-OTC에서도 적용되던 기존의 중개 시스템이 아닌 호가 게시판을 통해 거래 정보를 확인하고 증권사간 조건 협의를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매매 가능성을 훨씬 더 높였다. 호가와 체결내역도 거래 다음날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된다.
현재 참여 증권사는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대신증권, 대우증권, 리딩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코리아에셋증권, HMC투자증권으로 추후 참여 증권사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장외주식의 자기거래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조성자로서 거래에 참여하는 등 장외주식에 특화된 전문증권사로서발돋움하고 있다.
◇ 거래종목 늘고 호가 균형 찾는 중
K-OTCBB는 지난 27일 예정대로 출범했고 이제 막 출범 3주째를 맞았다. 아직 초기인 것을 감안하면 출발은 순조롭다.
시장 개설 당시 75개였던 거래대상 종목수는 지난 8일 현재 180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투자자들이 제시한 호가 건수도 91건에서 160건으로 늘어나며 거래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출범 직후만해도 K-OTCBB는 매도 주문이 84% 비중을 차지하며 팔자 쪽에 다소 편향된 모습이었지만 매수 주문이 26%까지 늘어나면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가장 거래가 많았던 종목은 선바이오(2억6863만원)였다. 선바이오는 최근 스팩기업이 합병을 결의하면서 코스닥에 입성할 예정이다. 선바이오에 이어 현대엠엔소프트(9317만원)와 시큐아이(6057만원), 현대엔지어링(5255만원) 순으로 거래가 활발했다.
거래 종목 수는 아직 일일 10개 안 쪽에 그치고 일평균 거래대금도 7000만원 수준으로 1억원에 못 미치지만 장외시장 거래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시장 정보의 비대칭성이 완화되면서 차츰 투자자와 증권사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K-OTCBB의 거래 대상은 주식에 국한되지만 앞으로 거래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금투협은 "앞으로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의 유동성공급자(LP) 지분,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비상장 워런트는 물론 크라우드 펀딩의 소액출자자 지분까지 거래가 가능하도록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