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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다음카카오에 어른거리는 ‘한게임’

  • 2015.08.25(화) 08:20

돌연 내부정책 바꿔 웹보드게임 론칭 계획
신사업 캐시카우 확보 차원…사행성 우려도

요즘 다음카카오의 행보는 그야말로 '파격'입니다. 지난해 10월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이석우·최세훈 공동대표 체제에서 불과 1년도 안돼 임지훈 단독대표로 경영 구조를 바꾸기로 했는데요. 시가총액 7조~8조원대 기업인 다음카카오가 올해로 만 35세, 그것도 외부인사(케이큐브벤처스 대표)에게 수장직을 맡기기로 해 관련 업계가 놀랐습니다.

 

깜짝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막았던 웹보드게임에 손을 대기로 했는데요. 다음카카오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웹보드게임을 론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외부 개발사들과 웹보드 개발을 위해 손을 잡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웹보드게임은 말 그대로 인터넷 상에 판(보드)을 깔고 고스톱이나 포커 같은 사행성 게임을 하는 것입니다. 이용자가 게임 내 판돈을 만들기 위해 현금을 지불하고 아바타 등을 구매해 사이버머니를 충전하는 방식인데요. 아무리 사이버머니가 오간다 해도 사행성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 중독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자연히 부작용이 따릅니다.

 

예를 들어 게임사가 구매 한도를 정해 놓는다 해도 게임에 빠진 이들은 '환전상' 같은 불법 경로를 통해 사이버머니를 쉽게 '수혈' 받을 수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 2008년 한 지상파 TV 시사프로그램이 환전상 실상을 다룬 바 있습니다. 또 웹보드에 빠져 경제적 손실은 물론 가정이 파탄나는 사례를 고발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를 시행해 현재 웹보드게임 서비스는 과거에 비해 많이 수그러졌는데요.

 

다음카카오는 이러한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동안 웹보드를 멀리 해왔습니다. 카카오톡 게임에 사행성이나 선정성, 폭력성이 있는 19세 이상 등급 게임 입점을 막아왔고요. 행여나 사행성 이슈에 휘말릴까봐 입점한 업체들이 경품으로 현금이나 환금성 높은 상품을 지원하는 것도 못하게 했습니다.

 

웹보드를 거의 금기시했던 다음카카오가 돌연 정책을 180도 바꾼 것인데요. 의외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사행성 논란의 위험성을 잘 아는 기업이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느냐에 관심이 몰리고 있는데요. 보통 다음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은 뉴스 콘텐츠 유통을 통해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각별한 '관심'을 받습니다. '포털 길들이기'나 '표적성 세무조사' 등의 말들이 회자되는 것도 이러한 관심이 지나치기 때문인데요.

 

가뜩이나 외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다음카카오가 공격의 빌미를 주면서까지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뭘까요. 관련 업계에선 신사업 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야심차게 신사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택시'를 필두로 '고급형 택시' 등 이른바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을 이어주는 O2O 서비스를 펼치고 있고요. 여기에 '핀테크'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간편결제와 모바일지갑에 이어 인터넷 전문은행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큰 돈이 필요할 텐데요. 웹보드게임은 사행성 이슈라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돈벌이입니다. 역할수행게임(RPG) 장르 등과 달리 웹보드는 개발비가 그리 많이 들지 않고, 한번 잘 만들어 놓으면 별다른 유지 비용 없이 매출이 발생합니다. 무엇보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1998년 한게임을 설립한 장본인입니다. 웹보드 사업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인데요. 이 점에서 웹보드는 다음카카오 경영진이 어쩔 수 없이 꺼내든 카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네이버도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국내 대표 검색포털이지만 네이버(옛 NHN)는 설립 초기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렇다할 수익원이 없었는데요. 당시 NHN은 고스톱 포커류를 주력으로 하는 '한게임'으로 돈을 벌어 검색에 투자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이렇게 성장시킨 검색에 광고 수익 모델이 얹어지면서 네이버는 지금껏 국내 '검색 왕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다음카카오 역시 웹보드게임을 발판으로 삼아 신사업을 키워보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웹보드게임이 갖고 있는 사행성 논란을 감수하면서라도 든든한 캐시카우를 마련하겠다는 얘기인데요. 물론 다음카카오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별탈 없이 서비스를 다룬다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앞에서도 살펴 봤듯이 웹보드게임은 만만한 분야가 아닙니다. 네이버도 사행성 논란에 못 이겨 결국 지난 2013년 게임 사업 부문(현 NHN엔터테인먼트)을 떼어 냈는데요. 이제 막 웹보드게임에 첫발을 내딛은 다음카카오에 한게임의 어두웠던 과거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저만의 지나친 걱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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