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일산센터' 매각을 위해 10번째 공개 입찰에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1년이 되도록 새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 예탁결제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지난 13일 일산센터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매각 예정가는 총 562억원으로 토지(6928㎡) 273억원, 건물 289억원이다. 일반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고 오는 27일까지 입찰서를 받아 28일 개찰할 예정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공매시스템 '온비드'를 통해 전자입찰로 진행된다.
▲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예탁결제원 일산센터. 지상은 증권박물관, 전산센터,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고, 지하는 금괴와 증권 등이 보관된 초대형 금고로 설계됐다. |
예탁결제원의 일산센터 매각은 정부 정책과 맞닿아 있다. 2009년 공공기관 지방 이전 결정에 따라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11월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서울 여의도 본원은 그대로 남기되 일산센터는 팔기로 했다.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인력의 50% 가량이 빠져나간 마당에 수도권에 2개 건물을 운영하는 것은 낭비라는 외부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해 거의 매달 경매를 하고 있으나 9차례나 유찰됐다. 매각이 안되자 올 5월 경매 때 일반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적당한 상대자를 선정해 체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도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매각 금액도 다소 낮춰봤으나 진전이 없었다. 지난 9월 경매 때 매각 예정가를 47억원 가량 내렸으나 유찰됐다. 예탁결제원은 이번 10수째 매각에 실패하면 입찰방식을 수의계약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매각 가격을 지금의 562억원보다 더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매각이 수월치 않은 이유는 일산센터가 특수건물이기 때문이다. 일산센터는 유가증권 및 금을 보관하는 금고와 전산시설로 이뤄진 지상 7층, 지하 5층 규모며 지하 1~5층은 대형 금고로 벽 두께만 1미터에 달한다. 일반 건물과 달리 특수 시설로 지어져 있고 매각금액이 주위 일반 건물들보다 비싸다보니 새 주인을 좀처럼 만나지 못하고 있다.
매각건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으면서 예탁결제원의 속도 타들어 가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 2007년부터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돼 정부 관리·감독을 받다 올해초 이보다 상대적으로 정부 영향력이 적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으나 여전히 공공기관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일산센터가 팔리지 않을 수록 '방만 경영'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외부의 시선도 갈수록 따가워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