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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헤지펀드 2R]②몸풀기 끝…본게임 돌입

  • 2016.05.12(목) 14:43

NH 필두 속속 진출 예상…경쟁이 성장판 키워
다양한 전략구사 과제…제도적 발판 부족 지적도

증권사들에게도 이르면 오는 9월부터 헤지펀드 운용의 길이 일리면서 헤지펀드 시장은 제2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을 필두로 증권사들의 헤지펀드 출범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권사까지 뛰어들며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뒤늦게 진출하는 증권사들에게 승산이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반면 아직은 성장 가능성이 열려 있어 기우라는 반론도 맞선다. 결국 다양한 전략구사와 함께 우호적인 환경조성이 성장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관건으로 지목된다.

 

 

◇ 증권사 가세로 성장 가속도 기대

 

기존에 증권사들의 헤지펀드 운용은 증권사 내부인 '인하우스(In-house)'에서는 불허됐고 별도의 전문운용사 설립이 필요했다. 그러나 2013년 12월 증권사 M&A 촉진방안에 따라 M&A 추진 증권사에 한해 헤지펀드를 허용했다. 지난해에는 전 증권사에 대해 빗장을 풀기로 방침을 확정했고 증권사 헤지펀드 가이드라인도 마련됐다. 


금융위원회가 11일 내놓은 사모펀드 운용업을 위한 이해상충방지 기준에 따르면 관련 부서의 사무공간을 분리하고 준법감시부서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또한 정보교류차단장치(차이니즈월) 구축을 보완하기 위해 펀드 투자자를 대상으로한 정보 공개를 강화하고 종합투자사업자가 사모펀드운용업을 겸영 시 자사 운용 사모펀드에 대한 전담중개업무(PBS)가 금지된다. 이날 가이드라인이 기존에 예상됐던 수준에서 마련되면서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진출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증권사의 헤지펀드 진출이 허용되면 그동안 운용사의 헤지펀드를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헤지펀드를 운용·판매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기존 운용사들과 달리 고액자산가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에 성장속도를 더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기존에 증권사들이 운용사의 특별자산펀드나 부동산펀드를 투자기구로 이용하던 것에서 직접 펀드를 설정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 하반기 출사표 이어질 듯

 

이미 증권업계에서는 총성 없는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 인수합병(M&A)으로 일찌감치 헤지펀드 진출 요건을 갖춘 NH투자증권이 증권사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 헤지펀드 진출에 나섰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쳐진 NH투자증권은 2013년 금융당국이 내놓은 증권사 M&A 촉진방안에 따라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을 미리 얻은 바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자기자본운영부서(프랍트레이딩부서)를 헤지펀드 운용과 자본금 운용팀으로 나눠 헤지펀드추진본부를 신설했고, 지난달 헤지펀드 트레이딩센터를 개점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중이다. 헤지펀드본부는 차이니즈월을 위해 농협재단빌딩에 둥지를 텄다.

 

아직까지 NH투자증권 외에 헤지펀드 진출을 공식화한 증권사는 없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5개 증권사 사모펀드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서 증권사들도 속속 진출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특별자산 중심의 헤지펀드를 검토하고 있고, 삼성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헤지펀드를 구상 중이다. 신영증권, SK증권, HMC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다수가 검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계열운용사들이 헤지펀드에 진출한 삼성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니즈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자산운용은 운용사 가운데 헤지펀드 설정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하며 압도적인 수준이고 미래에셋운용도 5000억원에 육박한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헤지펀드 진출을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자산운용 등 계열사와 업무중복을 고려해 인하우스에 헤지펀드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대신 증권사 차원에서는 지난 2월 지주사 차원에서 사모펀드 업무를 전담하도록 설립된 메리츠부동산자산운용과의 협력을 꾀할 예정이다.

 

다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운용사들의 헤지펀드를 해왔지만 크게 주력했던 산업은 아니고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고 본다면 증권사가 진입하기 전부터 경쟁 심화를 논하는 것은 아직 시기 상조"라고 말했다. 또 기존 자산운용 계열사와 업무가 중복된다고 보는 것도 단순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도 단순히 규모가 작다고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며 다양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다양한 전략 필요·제도 불만 여전


후발주자로 진입한 증권사들의 경우 아무래도 경쟁 상대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 구사만큼은 필수로 요구되고 있다. 지금까지 헤지펀드는 롱숏 전략에 치우쳤고 최근에서야 전략이 조금씩 확대되는 추세다.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협소한 국내 자본시장 여건으로 다른 전략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렵고 롱숏전략 중심으로 운용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은 헤지펀드 성장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성공적인 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잇는 상품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최근 헤지펀드 진입에 대한 문턱을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정책적인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오는 6월말부터 적용되는 공매도 공시 확대 제도는 헤지펀드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지목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주식의 전체 유통물량 중 0.5%이상을 공매도하면 이를 공시해야 하고 주식을 사고 파는 롱숏전략을 취하는 헤지펀드는 투자전략과 포지션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헤지펀드 운용주체들이 공매도 내역을 공개하게 되고, 하락장에서 시장이 크게 빠질 경우 금융당국이나 고객들이 공매도를 곱게 볼리 없다"며 "제도적인 부분에서도 좀더 보완이 되어야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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