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9월부터 증권사도 헤지펀드를 직접 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15곳 내외가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하나의 금융회사가 운용사를 여럿 거느리는 것도 단계적으로 허용돼 종합자산운용그룹의 길이 열렸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산운용사 인가정책 개선방안을 내놨다. 자산운용사 인가 정책을 합리화해 자산운용산업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 이해상충방지 세부안 확정…6월부터 접수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증권사의 사모펀드운용업 겸영을 허용하고 이를 위해 금융당국과 업계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이해상충방지를 위한 세부기준을 마련해왔다.
이날 마련된 이해상충방지 기준에 따라 금융위는 오는 6월부터 겸영신청을 받기로 했다. 신청 후 두달 가량의 심사기간을 감안할 때 이르면 9월 중 증권사 사모펀드가 첫 선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헤지펀드 직접 운용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일찌감치 헤지펀드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해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15개 내외의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해상충 방지 기준은 증권사가 사모펀드 운용업을 하려면 관련 부서의 사무공간을 다른 층이나 건물로 분리하고 준법감시부서를 별도로 설치하거나 전담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보교류차단장치(차이니즈월) 구축만으로는 완전한 이해상충 예방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운용성과 보고서 등을 통해 펀드 투자자를 대상으로 정보 공개를 활성화하도록 했다. 또한 종합투자사업자가 사모펀드운용업을 겸영 시 자사 운용 사모펀드에 대한 전담중개업무(PBS)는 금지된다.
아울러 금융위는 중장기적으로 벤처캐피탈(VC)과 부동산투자회사(REITs)를 운용하는 자산관리회사에도 사모펀드운용업 겸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 공모·종합운용사 전환 문턱 낮춰
사모운용사의 공모펀드운용사 전환과 사모 및 단종공모펀드 운용사의 종합운용사 전환 요건이 모두 크게 완화된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중 충분한 업력과 평판을 보유한 회사에 대해서만 단종공모펀드 운용사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런 큰 틀을 유지하되 업력과 수탁고 요건, 사회적 신용요건을 일부 완화했다.
기존에는 사모운용사가 공모운용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3년 이상의 '운용사' 업력이 요구됐지만 앞으로는 '투자일임사'로서의 경력까지 합산해 3년(운용사 1년 필수)이면 가능하다.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간접투자 영업을 영위하는 것이 동일하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수탁고 역시 각 펀드종류별로 수탁고 기준을 한정했던 것에서 모든 수탁고가 3000억원 이상이면 된다. 기존 수탁고 3000억원 기준을 유지하되 모든 펀드와 투자일임 수탁고까지 합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 계열사로부터 받은 투자일임 수탁고는 절반만 인정된다.
준법의식 요건도 최근 2년간 금융감독원 검사와 기관주의 이상의 제재를 받지 않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지 않으면 된다. 제재 조치를 받은 경우에는 임직원의 정기적인 준법 교육 의무가 부과된다.
종합자산운용사 전환 역시 단종공모운용사로서의 5년 경력, 5조원 이상의 펀드 수탁고 요건에서 일임사 경력까지 5년 경력(운용사 1년 필수)에 포함되게 되고 수탁고 기준도 일임을 포함해 3조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단, 3조원에는 증권운용사의 경우 공모펀드가 1조원 이상, 부동산과 특별자산운용사의 경우 각각의 관련 펀드가 3000억원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 사모운용사의 공모운용사 전환 요건과 마찬가지로 계열사로부터 받은 투자일임 수탁고는 2분의 1만 인정된다. 또한 사모운용사도 동일한 요건만 갖추면 곧바로 종합운용사 진입을 허용하되 증권과 부동산, 특별자산 펀드를 각각 3000억원 이상 운용하도록 하는 조건을 달았다.
금융위는 전환요건 완화 시 사모운용사에서 공모펀드로 전환 가능한 회사는 기존 6개에서 11개사로, 종합운용사 전환이 가능한 회사는 3개에서 6개사로 늘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 한 그룹내 복수운용사 허용
1그룹1사 원칙도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한 그룹에서 운용사를 원칙적으로 1개만 보유하고 증권이나 부동산처럼 인가 단위별로 업무를 특화할 때만 예외가 적용됐었다.
금융위는 기존 원칙이 경영자율성을 제약한다고 보고 단계적으로 1그룹1사 원칙을 폐지하기로 했다. 실제로 선진국의 경우 그룹내 운용사 1개를 강제하지 않고 있고 인수합병(M&A)이나 분사 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BNY멜론의 경우 그룹내 15개 특화 전문 자산운용사가 존재한다.
금융위는 사모운용사에 대해서는 1그룹 1운용사 원칙을 즉시 폐지하고, 공모운용사는 운용사의 지나친 영세화나 소규모화를 막기 위해 업무특화 인정범위를 먼저 확대하고 향후 상황을 봐가며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1그룹1운용사 원칙 완화로 그룹내 여러 운용사가 존재하면서 업무 위탁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1그룹1사 원칙 폐지시 그룹 내 복수운용사가 후선업무를 통합하려는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업무위탁과 정보교류차단장치 등의 제도를 개선해 아웃소싱을 활성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