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한국거래소, 지수만 만들고 나몰라라?

  • 2017.09.21(목) 11:29

한국-대만 IT지수 분위기만 띄워놓고 공식 발표 안해
애초 키울 마음 없었거나 정찬우 그림자 지우기 관측

공치사라도 일단 하고 보는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미리부터 대대적인 예고를 하고 몇 달씩 공들여 만든 작품이라면 어떨까요. 무조건 내세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죠.


그런데 오히려 생색을 내기보다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다면? 언뜻 보면 겸손 같지만 뭔가 다른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바로 한국거래소의 한국-대만 IT프리미어 지수를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거래소가 임기응변식으로 이것저것 지수만 만들고 나 몰라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엔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을 막으려고 또 새로운 지수를 개발한다고 하는데요. 역시 같은 꼴이 날 공산이 커보입니다.

 

 

◇ 글로벌 첫 합작 사례로 분위기 띄우더니


지난 3월 한국거래소는 대만증권거래소와 양국 증권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IT섹터지수를 개발하기로 합니다. 발표 시기도 올해 3분기로 못 박습니다. 거래소는 지난해부터 대만거래소와 손을 잡고 여러 사업을 해왔는데 한국-대만 IT섹터지수도 그 결과물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대만 IT섹터지수는 양국의 주력 산업인 IT분야를 특화 한 지수인데요. 삼성전자와 TSMC 등 양국 시가총액 최상위 IT기업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본래 거래소는 2주 전쯤 IT섹터지수 개발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는데요. 며칠 늦어지더니 아예 없던 일로 됐습니다.
 
해외거래소와 첫 공동지수 개발 사례라며 한껏 분위기를 띄우던 지난 3월과는 정반대 행보입니다. 실제로 거래소가 글로벌 지수를 만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뽐낼 기회인데도 말이죠.

 

거래소가 밝힌 이유는 단순합니다. IT섹터지수는 이미 지난 8일부터 산출되고 있는데요. 홈페이지를 통해 지수를 실시간으로 알리지도 않고 있고,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또한 변변하게 없다 보니 따로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겁니다. 
 
◇ 개발만 하고 활용은 나 몰라라?
 
사실 각종 지수는 이를 활용해 투자하는 펀드나 상품이 많고, 추종 자금 규모가 클수록 의미가 있긴 한데요. 그러려면 일단 지수가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홍보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애초부터 키울 마음이 없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거래소는 다양한 지수를 개발합니다. 지난 20일에도 4종의 전략형 지수를 내놨고요. 최근엔 코스닥을 떠나려는 셀트리온을 붙잡기 위해 새로운 통합지수를 개발하겠다는 입장도 내놨습니다. 코스닥 종목은 코스피200지수 편입이 어렵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새로운 지수를 들고나온 겁니다.


문제는 거래소가 지수의 효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너무 많은 지수를 만든다는 겁니다. 실제로 거래소가 개발한 지수중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지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요. IT섹터지수도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 뿐 실제 활용은 어렵다는 걸 거래소 스스로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 18일 퇴임한 정찬우 이사장 재임 기간에 대만거래소와의 협력 사업이 특히 활발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명예 퇴임한 전임 이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이어서 대대적인 홍보가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현재 이사장 권한대행을 맡은 안상환 경영지원본부장이 지수 개발 담당임원이었는데도 말이죠.
 
◇ 코스닥 떠난 카카오 수혜도 부담?
 
IT섹터지수의 구성종목도 눈에 띄는데요. 총 26개 종목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한국 기업은 10개가 들어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NAVER, 삼성SDS 등 내로라하는 대표 IT기업으로 채워졌는데요. 최근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던 카카오도 들어가 있습니다. 
 
만약 카카오가 그대로 코스닥에 있었다면 이 지수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가능성은 매우 낮았을 겁니다. 결국 카카오가 온갖 논란을 뚫고 코스피로 옮긴 덕을 봤다고 할 수 있는데요. 코스닥 대형주들을 붙잡고 싶어하는 거래소 입장에선 이 사실 자체가 주목받는 걸 원치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국-대만 IT섹터지수에 대해 홍보에 나서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최근 카카오에 이은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논란에다 새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온갖 추측 등으로 말이 많은 상황에서 이번 거래소의 행보는 이래저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