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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거래소 인사 '난맥상'…박근혜 정부 답습?

  • 2017.09.13(수) 09:58

인사가 만사다. 하물며 큰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을 뽑는 일이라면 아무리 공을 들여도 부족함이 없다. '역대 최단명 이사장'이란 오점을 남긴 한국거래소(KRX)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난 12일 한국거래소가 전례 없는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에 나서면서 인사가 제대로 꼬여버린 모양새다. 거래소는 이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 2차 회의를 열고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를 통해 후보 인재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가 추가 공모에 나선 데는 최근 또다시 불거진 이사장 내정설과 낙하산 논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4일 거래소는 이사장 후보 공모를 마감했고 곧바로 관료 출신 유력 후보가 거론되면서 변함없이 낙하산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거래소 전현직 임원들이 대거 지원하며 어느 때보다 커졌던 내부 출신 이사장 배출 기대감에도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거래소 노조가 후보 선정 단계부터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이사장 선임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름을 부은 것이다.
 
결국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는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를 결정했고 지원자의 동의가 있으면 지원 현황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6일까지 추가 모집을 한 뒤 서류 및 면접 심사 일정도 못 박으며 공정한 후보 선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추가 공모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또 다른 리스크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기존 지원자들의 면면이 대부분 공개된 상황에서 추가 공모를 통해 지원하는 후보가 이사장에 선임될 경우 또 다른 내정설이 불거질 수 있다.


통상 거래소 이사장의 경우 정부가 낙점해 왔던 만큼 거래소가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에 나서자 자연스럽게 정부가 원하는 후보가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청와대 내 인사권 다툼을 그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이미 이사장 공모에 참여한 후보자들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로 공모에 나선 인물이 결국 이사장에 선임될 경우 들러리 역할만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래저래 오해라면 오해를 살 만한 여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셈이다. 이사장을 결정하는 주주총회 역시 예정된 시일보다 한 달 뒤로 미뤄지게 됐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인사 파동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는 2013년 6월 후보 공모를 통해 지원자를 11명이나 받아놓고도 낙하산과 관치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모 일정이 석 달간 중단된 적이 있다. 


물론 거래소 후보추천위원회도 이를 모를 리 없고 추가 공모란 용단을 택한 만큼 고민의 흔적도 느껴진다. 거래소의 전례 없는 시도와 그 결말에 증권업계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있다. 또 다른 거래소 흑 역사를 만들어 만사를 그르치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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