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차기 이사장 선임을 위한 후보 접수를 최종 마감하고 14명의 후보 중 절반만 공개했다.
거래소는 이례적으로 공모 기간을 연장하면서 기존 후보 외에 4명이 추가로 지원했다. 이 가운데 문재인 캠프 출신인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시 관료 출신인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과 2파전이 예상된다.
그러면서 거래소 이사장 공모가 결국 사전 각본대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10명이 넘는 거래소와 업계 후보들은 들러리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 4명 추가 지원…업계 출신만 명단 공개
거래소는 지난 26일 두 차례에 걸쳐 이사장 후보를 공모한 결과 총 14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4일까지 거래소 이사장 후보를 모집한 후 별안간 추가 모집을 결정하고 지난 19일부터 전날(26일)까지 지원자를 더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점찍어 놓은 인사가 추가 공모에 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불거졌다. 청와대 내 인사권 다툼이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공모엔 총 14명이 지원했으며, 이 중 7명이 지원 현황 공개에 동의해 명단을 공개했다. 1차 모집 때 10명, 2차 모집 때 4명이 추가로 지원했다.
공개된 명단에는 1차 모집 때 참여한 김광수 전 원장을 비롯해 최홍식 전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유흥열 전 거래소 노조위원장, 이동기 현 거래소 노조위원장 등 4명이 포함됐다.
명단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김재준 현 코스닥위원장과 박상조 전 코스닥위원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거래소 전현직 임원을 비롯해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도 1차 때 공모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 관료 출신 2파전에 나머지 후보 들러리
2차 모집에 지원한 4명 중 류근성 전 애플투자증권 대표와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신용순 전 크레디트스위스은행 감사 등은 명단이 공개됐다.
지원 사실 공개를 거부한 나머지 한 사람은 김성진 전 조달청장으로 알려졌다. 김성진 전 청장은 전라북도 김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과 차관보를 지냈고, 지난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공약 마련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거래소 이사장 공모가 두 관료 출신인 김성진 전 청장과 김광수 전 원장 간 2파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김성진 전 청장은 1차 공모 때 지원하진 않았지만 하마평이 무성했고, 김광수 전 원장 역시 2차 모집 전까지 내정설이 흘러나온 바 있다.
앞서 지난 12일 거래소가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에 나서자 청와대 내에서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고,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되는 김광수 전 원장을 견제하기 위해 제2의 후보를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결국 이사장 후보 지원자는 14명에 이르지만 나머지 12명은 들러리 역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거래소 이사장 후보 추천 위원회는 사외이사 5명,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사 대표 각 1명, 금융투자협회 추천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내달 중 이사장 후보들의 서류(11일) 및 면접 심사(24일)를 거쳐 이사장 후보를 주주총회에 추천하고, 10월 말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회원사 표결을 통해 최종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