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2018 차이나워치]⑥굴 한개 1만원 '그래도 산다'

  • 2018.02.08(목) 11:08

고급 소비시장 타겟팅 전략 세워
한샘·수협 등 중국인 눈높이 판매

[상하이=김혜실 기자]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죠. 몇 년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급변했어요. 쇼핑몰과 백화점이 차고 넘쳐도 계속해서 생겨날 정도예요. 1년 뒤에 보면 또 달라져 있을 겁니다."

▲ 중국 상하이 푸동 시내 전경 [사진=김혜실 기자]

5년 전 중국을 방문했던 기자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중국 상하이는 현재 지하철 노선이 13호선까지 있고, 앞으로 20호선까지 개통될 예정이다.

길가에 늘어선 자동차도 벤츠, 아우디, 테슬라를 비롯해 고급차가 즐비하다. 그나마 상하이는 번호판 제한 정책으로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막고 있다. 상하이의 자동차 번호판 가격은 약 1500만원 수준으로 이마저 추첨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법인을 통해 4000만원 정도의 값을 지불하고 법인 번호판을 받거나, 번호판이 포함된 고가의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지하철역 주변에는 대형 백화점과 쇼핑몰이 빽빽했다. 새로운 쇼핑 건물을 건축 중인 곳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서울에서 고가 명품 매장은 시내 중심의 백화점이나 강남지역 정도에서만 찾아볼 수 있지만, 상하이에는 걸어서 5분이면 닿을 역 주변마다 명품매장이 즐비하다.

시내 중심에 들어선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는 겉에서 보더라도 고급 자재로 치장했다. 상하이 중심에 건축한지 20년 된 30평 아파트 조차 시세가 17억~18억원 수준이라니 넘사벽이다. 실제 상하이의 1월 평균 주택매매가는 평당 16만6240위안(약 2754만원)이다. 이는 서울의 강남이나 용산지역 매매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여기에 생활 물가마저 비싸다. 저렴한 식당도 있지만 타인을 대접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식당도 호황이다. 중국인들은 외식 문화가 발달해 있어 외식 비용을 아끼지 않는 편이란다. 쇼핑몰 명품매장에선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나오는 중국인들도 눈에 띈다.

▲ 중국 상하이 IFC몰 내 명품 매장 앞 쇼핑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김혜실 기자]


◇ 굴 한 개 1.2만원…'안전한 먹거리라면 산다'

특히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1선 도시민의 생활 수준이나 소비 수준은 서울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맥킨지는 2020년까지 중국 도시인구 75%가 연간 6만~11만9000위안의 평균소득으로 올라가, 4억여 명이 중산층에 편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소득이 늘면서 소비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다. CBN 위클리와 유니클로가 중국 1·2선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월급 8000위안 이상의 부유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4%의 응답자가 소비에 있어서 가격보다 품질을 중요시했고, 응답자의 70%가 건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아무리 비싸도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제품이라면 얼마든지 소비할 의사가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먹거리에서 안전성에 대한 소비 패턴은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상하이 곳곳에 있는 대형 마트에는 수입 제품 코너가 별도로 마련될 정도 였고, 수입 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씨티마켓은 제품 가격이 비쌌지만 손님들로 북적였다.

씨티마켓의 신선 제품 코너에는 프랑스산 굴 한 개에 68위안(약 1만1800원)에 진열돼 있지만, 점원은 프랑스 굴은 잘 팔리는 품목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선 제품에 대한 안전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수산업체도 중국 시장 진입에 나서고 있다.

▲ 중국 상하이 시티마켓 내에 프랑스산 굴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김혜실 기자]


상하이 수협 수출지원센터는 국내 수산업체 역시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보고, 관련 기업에 인큐베이팅사업을 진행중이다. 또 해양수산부와 함께 프리미엄 수산 브랜드 'K-피시(K-FISH)' 사업도 하고 있다. 이는 수산업체가 일정한 기준을 통과하면 해당 제품에 브랜드를 붙여 중국에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김태홍 상하이 수협 수출지원센터장은 "활넙치, 전복, 김, 굴, 조미오징어, 참치, 마른미역 등 11개 품목에 프리미엄 제품 브랜드를 붙여 수출을 활성화하려 한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제품 영역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신선 제품은 지명도가 있는 제품을 선호해 한 개에 1만원이 넘는 굴이라도 프랑스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매하는 것"이라며 "한국산 신선 제품은 중간 선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안전한 먹거리로 승산있다"고 평가했다.

유통망을 늘려나가는 것도 과제다. 최근 상하이에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허마센셩(盒马鲜生)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오프라인으로 직접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한 신선 제품 위주의 마트로, 현재 상하이에만 15개 매장이 있다. 김 센터장은 "중국의 소비문화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어 제품뿐 아니라 유통망까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 허마센셩(盒马鲜生) [사진=김혜실 기자]

◇ '멋있게 살자'…수천 만원대 가구도 선뜻

먹거리와 함께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는 분야가 인테리어 시장이다. 소득이 늘면서 인테리어와 가구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는 것. 중국 인테리어 시장은 최근 수년간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연간 740조원 규모다.

가구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는 상하이 최대 유통매장인 홍성은 고가의 해외 브랜드 매장이 한 건물 전체를 가득 채웠다. 8만6830위안(한화 1508만원)짜리 2인용 소파, 2만1175위안(한화 368만원) 가격표가 붙은 책장 등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으며 가구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꼭 들르는 곳이다.

▲ 중국 상하이 홍성 매장 내 고급 가구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김혜실 기자]

홍성 매장 옆에는 이케아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선 이제야 2호점을 오픈했지만 중국에선 전체 25개, 상하이에만 3개의 매장이 있다. 상하이 3개 매장에서만 연 매출 4000억원을 올린다.

한샘도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관문으로 중국을 삼았다. 특히 중국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건축만 하고 인테리어는 입주자가 직접 선택해 고르기 때문에 분양과 동시에 들어가는 인테리어 B2B 시장을 놓칠 순 없다. 또 최근 리모델링이나 가구 배치를 위한 개인 소비자 고객이 늘면서 B2C 시장도 강화하고 있는 것. 

▲ 한샘 중국 상하이 매장  [사진=김혜실 기자]

이에 따라 한샘은 지난해 8월 창닝88복합매장 1∼2층에 약 4000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단일 브랜드로는 상하이에서 가장 큰 규모다. 

매장은 콘셉트별로 인테리어를 구성했고, 중국 주거 문화에 어울리는 인테리어 요소를 곳곳에 가미했다. 좌식과 입식이 공존하는 주방 인테리어, 침실 창가 쪽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실제 평수보다 작게 나온 아파트를 고려한 수납 가구, 고급 주택 증가에 맞춘 대형 인테리어, 영유아 산업 확대를 겨냥한 영유아 인테리어 제품 등이 눈에 띄었다. 

▲ 상하이 중국 매장 내 주방 인테리어 견본 [사진=김혜실 기자]

이태화 한샘 중국법인 총경리는 "중국 인테리어 시장은 고성장하고 있고, 중국인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며 "한샘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이 주말에만 하루 3000명 정도다"고 말했다. 특히 패키지 가격이 4000만원에 달하는 대형 주방 인테리어 등 초고소득층을 타겟팅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통매장인 홍성을 보면 알 수 있듯 충분히 고가의 수입제품들이 중국에서 경쟁력 있다"며 "상하이 중심의 20억짜리 30평 아파트에 사는 도시민, 상하이 외곽의 고급 주택에 자리 잡은 도시민 등을 모두 충족시킬 다양한 제품군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