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틀간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진땀을 흘렸습니다. 페이스북에서 8700만건이 넘는 개인 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인데요. 워낙에 사용자 수가 많다 보니 사상 초유 규모입니다.
얼마 전에는 테슬라의 전기차가 폭발한 사고에 이어 우버의 자율 주행 시험 운전차에 치여 보행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는데요. 테슬라 사고의 경우 태양의 역광을 인식하지 못한 센서 오류로 일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우버 역시 자율주행차 운행 중에 나타난 첫 인명사고란 점에서 충격을 더했습니다.
앞선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이른바 'FANG'으로 대변되는 미국 대표 기술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우버 교통 사망사고 이후 엔디비아는 자율 주행 시험을 보류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온라인 상거래를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아마존 때리기에 나섰고 아이폰 판매 포화 상태로 애플의 기세도 예전만 못해지며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건사고가 빗발치며 미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의 본거지로 대변되는 실리콘밸리도 뒤숭숭한 상태인데요. 기술주의 수난 소식에 이들 전반에 대한 우려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 달 사이 주가 흐름만 봐도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입니다.
▲ 페이스북, 테슬라, 아마존의 1년 주가 추이 |
하지만 과거 닷컴 버블 붕괴의 재현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 계속 진행 단계에 있고 IT 산업의 미래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기 때문이죠. IT 버블의 경우 기술주들이 상당한 고평가 상태에서 계속 상승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면 현재 IT 기업 전반의 실적은 여전히 견조한 상황입니다.
최첨단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19세기 자동차가 처음 보급됐을 당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과 비견되기도 합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비행기는 장난감에 불과했죠. IT 기업들이 각각의 악재들을 안고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의 긴 흐름에서 본다면 찰나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 기술주인 삼성전자만 봐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1분기에도 그야말로 대장주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60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10%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 가까이 급증한 것은 물론 4분기 대비 소폭 늘어나며 전분기 대비 저조할 것이란 예상을 깼습니다.
그 뒤에는 반도체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기 때문인데요. 대개 1분기는 메모리 반도체 비수기인 탓에 눈높이가 낮아졌던 상황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입니다. 향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서도 반도체 부문만큼은 항상 견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2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1분기가 비수기임에도 반도체 실적이 개선된 점은 4차 산업혁명과 연관 지어 볼 때 의미가 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인공지능(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데이터 센터 투자에 나서면서 새로운 반도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군요.
앞서 기술기업들이 겪고 있는 크고 작은 사고들은 산업의 도태로 이어지기보다 더 큰 위험을 미연에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낙관적인 전망을 조금 더 섞어본다면 4차 산업혁명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이상 기술주 질주가 멈췄다고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