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5일. 지금은 아기가 태어나고 출생신고를 해야 어린이집 대기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내가 임신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태명으로도 어린이집 대기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재빨리 어린이집 대기를 걸었다. 맞벌이 부부로 100점의 가산점을 받고 임신하자마자 신청해 우선순위가 빨랐음에도 순번은 시간이 지날수록 밀려났다.
자녀가 2명인 가구, 3명 이상인 가구에 따라 가산점이 올라가고 다문화가족이나 한부모가족, 차상위계층 자녀 등에 추가 가산점이 붙기 때문에 같은 점수 내에서만 빠른 번호를 부여받을 뿐 점수가 높은 자녀를 앞설 수는 없다.
결국 복직 시점이 됐을 당시 멀고도 먼 대기 번호에 좌절하고는 대기가 없는 가정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것일까, 6개월 후 대기를 걸어 두었던 국공립 어린이집의 전화를 받고 당장 달려가 입학 신청서를 제출하고는 만세를 불렀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워낙 많고 주거 지역이다 보니 국공립 어린이집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순번이 돌고 돌아 100점에 불과한 나에게까지 기회가 온 것이다.
출퇴근이 편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려고 알아보던 찰나였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당첨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워킹맘으로서 국공립 어린이집 당첨은 조커 카드를 가진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시청이나 구청의 정기적인 감사로 교육 환경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정부 지원이 많기 때문에 질 좋은 먹을거리와 저렴한 특별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실제 사립 어린이집은 특별활동 2개에 한달 견학비, 차량비 등을 포함해 월 20만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했지만 국공립은 특별활동 2개와 견학비까지 지불해도 한달에 3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또 모든 비용 처리를 투명하게 공개하니 경제적 부담이 최소화된다.
게다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법정 보육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으니 등하원 도우미가 필요한 가정에서는 비용도 아낄 수 있다.
국공립에 당첨돼서 얻는 경제적 효과는 이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았다.
얼마가 남는가
장사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얼마를 버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가 남는가다. 월 매출이 1000만원이라 한들 나가는 비용이 많으면 손에 쥘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내가 얼마를 팔 것인가 하는 불확실한 예상보다도 확실한 비용 계산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살펴보자. 우선 매출과 관련 없이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고정비용이 있다. 대표적으로 인건비, 임대료, 인테리어비, 대출이자와 세금, 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된다.
또 매출에 따라 변하는 변동비용이 있다. 재료비나 소모품비가 포함된다. 장사가 잘 될수록 변동비용은 늘어나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비용 계산을 잘 해야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결국 고정비용과 변동비용을 포함한 모든 비용을 넘어설 수 있는 매출을 내야 내 손에 실질적으로 쥘 수 있는 순이익이 생긴다는 말이다.
특히 고정비 중에서도 창업 초기에 큰 규모로 비용이 들어가는 상가 보증금이나 인테리어비는 한꺼번에 매출로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수에 수년이 걸린다. 결국 언젠가 이익과 비용이 모두 0인 순간, 그 시점을 손익분기점이라고 한다.
손익분기점을 넘겨서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은 창업에 들어간 비용을 모두 회복하고 순수익이 난다는 것으로, 이제 지속 가능한 환경에 놓였다는 말과도 같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5년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이라고 언급하는 상권이다. 어느 지역 어떤 건물에 위치했느냐에 따라 매출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유동인구의 흐름과 고객 동선을 체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에서 많이 쓰이는 상권형성의 법칙이 몇가지 있다.
먼저 오른쪽 법칙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퇴근길이나 하굣길의 오른쪽이 상권을 만들기 좋은 조건이다. 차량의 동선이 오른쪽이고, 대중교통도 오른쪽에서 이용해야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머무는 곳은 주로 낮은 곳과 평지기 때문에 낮은 곳의 법칙도 유효하다. 또 유동인구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밀리면서 상권이 형성된다는 푸쉬 법칙, 건물이나 도로 등 장애 요인을 피해 새로운 동선을 만들면서 상권이 형성된다는 장애물 회피 법칙 등도 있다.
기본적인 유동인구의 흐름도 중요하지만 내가 타겟팅한 고객이 접하기 쉬운 곳에 자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원이나 분식집은 학교 근처에 자리 잡는 것이 좋고, 슈퍼나 반찬가게는 퇴근길에 들르기 쉽도록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주거지역으로 진입하는 곳에 자리하는 것이 좋다.
내가 생각한 창업 아이템과 창업 지역이 있다면 창업 컨설팅 전문가를 통해 확인해볼 수도 있다. 또 서울시에서는 상권 관련 빅데이터로 상권분석서비스를 하는 우리마을가게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도 상권정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어 도움받을 수 있다.
임대료와 권리금은 어디까지
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이 상가 보증금과 임대료, 권리금이다. 초기 자본금이 얼마냐에 따라 보증금과 임대료를 적정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초기 자본금이 많다면 보증금을 늘리고 월 임대료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창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권리금이다. 기존에 장사가 잘 되던 자리를 들어갈 때 이전 주인이 새 주인에게 권리금을 받고 나가게 된다.
이미 상권이 어느 정도 검증된 자리기 때문에 권리금을 주고라도 들어가서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전 가게보다 장사가 안되면 내가 지불한 만큼의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언급하는 권리금은 바닥권리금과 영업권리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시설권리금도 더해질 수 있다. 같은 업종의 가게를 하게 될 때 기존 임차인이 투자했던 시설 비용과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권리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 시설권리금에서는 초기에 비용이 들었던 만큼을 모두 주는 것이 아니라 감가상각을 정확히 계산해 이전 주인과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리금은 되찾는 비용이 아니라 언제든 잃을 수 있는 비용이기 때문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만 지불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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