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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화증권 '또 한번의 단련'

  • 2018.06.04(월) 14:25

2011~2013년 금융위기 여파로 적자 늪
2015~2016년 ELS 쇼크…이젠 ABCP까지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한화투자증권이 주가연계증권(ELS) 발 위기에서 겨우 벗어나자마자 이번에는 중국 기업이 보증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유동화에 나섰다가 위기를 맞았다.

사실 한화투자증권에 위기는 '일상'이 됐다. 한화투자증권은 2008년 대형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유상증자를 했고, 2010년에는 옛 푸르덴셜투자증권을 인수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고객과 채널, 영업 인력을 바탕으로 업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전 업계가 위기를 겪으면서 한화투자증권 역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증권업계 영업 환경을 악화시켰고, 정상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2013년 말에는 직원 350명을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감원 효과였을까. 2014년 드디어 연간 순이익이 88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며 적자 행보를 끝내는 듯했지만 ELS 쇼크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당시 ELS 기초 자산으로 가장 많이 쓰였던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급락하며 헤지 비용으로 관련 손실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여의도 본사 사옥을 1300억원대에 한화손해보험에 매각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음에도 2016년 적자 규모는 16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적자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고, 사옥까지 팔아넘기면서 매각설까지 나도는 상황이었다. 구원투수로 투입된 여승주 전 사장은 더는 매각설을 지켜만 볼 수 없어 회사 정상화 계획과 경영 전략을 내용으로 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밝힌 투자금융(IB) 육성과 그룹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여 사장의 목표는 이뤄졌다.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과 함께 전략이 빛을 발하며 541억원 순이익을 낸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262억원 분기 순이익을 내며 자기자본 1조원 미만 중소형사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위기를 감내하고 이겨내는 체력이 갖춰졌기 때문일까. 지난해 사장으로 취임한 권희백 사장은 취임 1주년 시기에 맞춰 그동안의 성과와 정상화 이후의 비전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오는 8일 열기로 했다. 이런 축제 분위기가 감돌 때쯤 또다시 ABCP 문제가 터지면서 2년 만에 열리는 기자간담회는 결국 연기됐다.

한화투자증권이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보증한 달러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646억원 규모의 ABCP 발행과 판매를 주관했는데, 디폴트 우려가 확산되면서다. 한화투자증권이 직접 보유한 ABCP는 없으나 주관사로서 책임과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주 한화투자증권은 관련 기관투자자와 함께 중국 CERCG 본사를 방문해 원금 회수 등을 포함한 해결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사건으로 한화투자증권이 금액 부분에서 손실을 보지는 않겠지만 금융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무형자산인 신뢰에는 금이 갈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사건 수습이 먼저라며 상반기 실적 발표 후로 기자간담회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과연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이번에는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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