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 김영대 나이스신용평가 대표, 최현철 현대차증권 채권사업실장 이사, 윤석헌 금감원장 등이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의 질문에 차례로 답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 ABCP 디폴트 왜?
지 의원은 "관련 ABCP는 미래에셋대우와 교보증권이 앞서 검토했지만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중단한 채권인데, 한화투자증권이 수수료 욕심에 무리하게 발행한 것이냐"고 질책했다.
올해 초 한화투자증권은 중국 에너지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보증하고 자회사 CERCG캐피털이 발행한 달러화 채권 1억5000만달러를 사들였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646억원 규모의 ABCP를 국내 특수목적회사(SPC) 금정제십이차가 발행했고,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국내 5개 증권사와 2개 운용사 등에 해당 ABCP를 판매했다. 이중 KTB자산운용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해당 ABCP를 채권형 펀드에 담아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ABCP 발행 당시 나이스신용평가는 'A2'의 높은 등급을 제시했지만, 발행 20일 만에 'C'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CERCG의 또 다른 자회사 CERCG오버시즈캐피털이 발행하고 CERCG가 지급 보증한 3억5000만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이 최종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되면서 국내에서 발행한 ABCP도 오는 11월 8일 만기일 상환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 한화투자증권에 향한 손가락
지 의원은 증인들에게 순서대로 책임 여부를 물었다. 이에 대해 김태우 대표와 김영대 대표, 최 이사, 윤 원장은 한목소리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에 책임이 있다"고 답변했다.
권 대표만이 "주관회사의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주관회사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공모가 아니라 사모 형태다 보니 주관사가 달리 없어 자산관리자로 참여한 한화투자증권이 주간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ABCP 발행을 위해 현지에 가거나 CERCG 기업실사를 한 적이 있냐고 묻자 권 대표는 "ABCP는 신용등급에 따라 거래하기 때문에 주관회사가 실사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대 대표는 "기업 실사는 주관사에서 실사 담당 회사를 선정해서 진행할 부분이고, 신용평가사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평가 보고서에 CERCG를 중국 지방 공기업으로 표기했지만 실제론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민간기업인 것으로 드러난 것에 대해서도 나이스신용평가의 책임을 물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CERCG가 국유 자본을 일부 투자받는다는 이유로 분류상 공기업으로 표기했다는 입장이다.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해 모든 증인은 "신용평가 보고서를 보고 공기업으로 알고 투자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김영대 대표는 "미공시 전문투자자에게 공개된 보고서에만 지방 공기업으로 표현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 의원은 "현지 확인 실사도 하지 않고 채권을 발행한 한화투자증권은 직무유기이고, 오해 여부와 관계없이 나이스신용평가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며 "수많은 증권회사와 일반 투자자가 손해를 보게 됐는데 책임지는 사람 없이 지나가면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ABCP 관련 문제는 일반 상품 판매와 관행이 다르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펀드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끼친 피해는 크다고 보고 다시 집중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