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세 상승장은 기대할 수 없을까. 우리 증시는 2011년부터 6년 동안 1800~2200포인트 사이에서 큰 폭의 움직임 없는 지지부진한 장세를 이어왔다.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라고 해서 박스피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박스피를 뚫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며 올해 초 2600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박스피를 탈출해 대세 상승장으로 돌아섰다는 기대감도 잠시, 올해는 분위기가 꺾이며 박스피로의 회귀가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 연초 랠리후 달라진 분위기
지난해에는 글로벌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증시 호조가 우리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탄탄한 기업 실적을 감안할 때 밸류에이션이 낮아 다른 신흥국보다 외국인 순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여기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에 힘이 실리면서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 해소 기대감에 코스피는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올해 1월에는 2600선까지 올라서며 대세 상승장이 장기화할 것이란 기대감도 형성됐다. 특히 코스피와 더불어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증시에 힘을 실었던 트럼프의 감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호전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우려로 바뀐 데다 트럼프 발(發) 무역전쟁 우려가 확대되면서 분위기는 반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신흥국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 호재보다 악재…제한된 상승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무역분쟁, 달러강세, 내수부진 등 현재 증시를 누르고 있는 악재가 여전하고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미 존재하는 리스크에 더해 북한의 9·9절 불확실성까지 우리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까지는 코스피의 숨 고르기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무역분쟁의 흐름과 환율 움직임, 금리 인하 등에 따라 지수가 움직이겠지만 큰 폭의 반등이나 조정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반등 시 힘을 실을 만한 요인도 없다. 기업 실적이 크게 좋아질 만한 상황이 아닌 데다, 특별한 대내외 호재가 없어 모멘텀이 부족한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 영향으로 제한적인 수준에서 상승 여력은 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월간 기준으로 코스피가 4개월 만에 상승했지만 대외적인 리스크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상승 폭은 크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어 긍정적인 요인들이 완만한 상승을 이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어닝서프라이즈 기업 수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점과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연내 남은 기간 코스피 상단은 2550포인트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