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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뢰 회복, 고객 눈높이에 맞춰라

  • 2018.09.28(금) 14:40

금융투자업계 '혁신 플랜' 효과 의문


올해에는 정치, 사회, 국제경제, 산업 등 다방면에서 굵직굵직한 뉴스가 많아 증권가 뉴스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증권업계 이슈가 신문 1면을 장식했던 경우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 실추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증권업계는 본래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주문 실수 사고도 자주 나타나고, 모럴해저드로 인한 횡령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이런 일련의 사고가 계속되면서 좀처럼 자본시장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배당 착오'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업계 전반의 신뢰가 추락했다.

이를 계기로 현금과 주식배당의 일원화 시스템이 문제가 됐고, 직원의 실수를 감지하고도 직원들의 매매를 차단하지 못한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또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가 되면서 증권 거래 시스템도 조치 대상에 올랐고, 가장 큰 문제로 증권사 직원들의 모럴해저드가 거론됐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문제였다. 사고 후 금융당국이 조사를 거쳐 사고 재발 방지책을 내놨고, 금융투자업계가 자발적으로 모범규준을 비롯한 업계 혁신 플랜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협회가 나서 몇 달 동안 준비한 플랜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사전 예방에 초점이 맞춰졌고 강제성이 결여돼 급진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우선 증권가에서 자주 일어나는 입력 오류를 뜻하는 '팻 핑거' 방지를 위해 주문 확인 금액을 하향하고 긴급상황 시 임직원 매매주문을 즉시 차단할 수 있는 원스톱 버튼 시스템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람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천적인 오류 차단은 쉽지 않다.

또 계속해서 발생하는 모럴해저드를 없애기 위해 임직원의 직무윤리교육도 강화하지만 어디까지나 교육일 뿐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지 마세요.', 혹은 '고객의 돈은 업무의 도구일 뿐입니다.'라고 교육한다면 임직원의 비윤리적 행위가 사라질까.

삼성증권 사태가 불거진 지 얼마 안 돼 유진투자증권의 해외 주식거래 시스템에서도 유령주식이 거래됐고, KB증권 직원이 고객 휴면계좌에 있는 투자금을 횡령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증권가에 계속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선 정교한 시스템 정비와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지만 플랜은 미약했다.

금투협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법적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원칙 중심의 네거티브 규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사전적인 규제 방안을 내놓는 데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원칙을 어길 경우 강하게 규제하는 사후 규제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후 규제는 당국이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자본시장 신뢰 하락은 한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자본시장의 어제와 오늘에서 비롯돼 내일까지 이어지는 문제다. 한 순간에 개선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강력한 혁신 없이 이대로 간다면 달라질 것이 없을 수도 있다.

'신뢰 회복'을 외치는 업계의 모습이 스스로 다짐하고자 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신뢰해달라고 조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건 기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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